79세 딸과 98세 엄마가 끓이는 세월의 맛
"할매, 추어탕 한 그릇 주이소."
배옥분(79) 할머니는 손님의 말 한마디가 가장 듣기 좋고 신이 난다. 배 씨 할머니는 포항시 흥해 장터에서 46년 세월 동안 오로지 '추어탕'만 팔며 살았다. 흥해 장터는 현대식으로 탈바꿈하지 않고 1970년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시골 장터이다. 배 씨 할머니의 추어탕 맛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손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할머니의 이름을 딴 '옥분할매 추어탕'은 장날(2'7일)이면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손님이 몰린다.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 한 그릇 값은 2천원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는 7천원까지 올랐다. 세월에 따라 값은 변해 왔지만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만드는 추어탕 맛은 변함없다. 단골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할머니의 추어탕은 미꾸라지, 마늘, 시래기, 집 간장, 집 된장, 부추, 땡초, 제피 등이 주재료로 쓰인다. 시래기는 할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무잎, 배춧잎을 잘 말려 만든다. 반찬, 된장, 간장 등도 모두 직접 만들었다. 김치는 3년 동안 묵혀둔 시골 맛이 깊이 밴 묵은지를 내놓는다. 음식 하나하나가 시골 손맛으로 대접받는 느낌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으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옥분할매 추어탕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다. 아침에는 7시부터 장사를 시작하며 삼시 세 끼 모두 먹을 수 있다. 아침마다 장사할 만큼의 양만 가마솥에 끓여 놓고 손님이 올 때마다 작은 냄비에 다시 따뜻하게 해서 내놓는다.
할머니는 친정어머니 송수향(98) 할머니와 같이 장사하면서 노년의 인생을 보낸다. 추어탕을 끓이는 일은 친정어머니 몫이고 주문과 손님 접대는 배 씨 할머니가 맡는다. 할머니는 최근 인근에 2호점을 개설해 아들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할머니는 "추어탕 장사로 자식들을 먹이고 키우고 가르치면서 가족의 삶을 책임져온 세월이 자랑스럽다"며 "이제 남은 세월은 연로하신 친정어머니와 함께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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