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는 연맹체 아닌 어엿한 국가"…『대가야 고고학 연구』

입력 2017-03-11 04:55:05

대가야 고고학 연구/ 이희준 지음/ 사회평론 펴냄

고령 대가야의 정치체제를 '고대국가'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논거를 다각도로 제시한 책이 출간됐다.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이희준 교수는 다양한 고고학 자료를 근거로 5세기 후반 이후 대가야를 고대국가로 정의하고 있다. 이제까지 가야는 소국(小國)이나 성읍(城邑)단위 연맹체제로 규정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가야 지역의 지리, 고총군 및 토기 양식의 고고학적 증거와 문헌 기록을 근거로 대가야가 5세기 후반 이후 황강 및 남강 유역 그리고 호남 동부를 영역으로 '국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밖에 합천댐 수몰지구 고분 자료, 지산동 고분군의 입지 특징 등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가야의 대표 세력은 대가야=가야는 4세기에서 6세기 중반까지 낙동강의 서쪽에 자리 잡고 그 동쪽의 신라와 대치하고 있었던 여러 정치세력을 하나로 아우르는 이름이다. 신라가 4세기 중반 이후 낙동강 동쪽의 세력을 통합해 고대국가로서 발전한 반면에 가야는 여러 세력이 각기 독립한 상태로서 연합해 있다가 결국 신라에 멸망하였다고 해석해왔다.

가야라고 하면 흔히 그 대표 세력으로서 김해 지역에 있었던 금관가야를 머리에 떠올리지만 가야가 역사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4세기 후반 이후부터 멸망할 때까지 그 중심 세력은 실은 고령에 근거를 둔 대가야였다. 이 '대가야'는 신라가 가야 전체를 멸망시킨 후 중심지였던 지금의 고령 지역을 대가야군이라는 이름으로 편제한 데서 드러나듯이 그 스스로 내세운 이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적대국이었던 신라까지도 인정한 이름이었다.

◆이제까지 대가야는 '연맹 단계' 통설=이제까지 가야의 정치적 성격은 연맹 단계에 머물렀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대가야가 고대국가 단계에 이르렀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고령양식 토기의 확대에서 찾고 있다.

즉 고령토기의 유통범위가 황강 유역과 남강 상류역에 위치한 합천, 거창, 함양, 산청 북부 그리고 1995년 고령양식 토기 출토가 확인된 남원 운봉고원지역까지였으며, 그 권역 안의 여러 지역은 고령 지역과 단순한 연맹 관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간접지배 또는 직접지배를 받은 지방들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고고학 자료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고령 지역의 중심 고분군인 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되는 토기들과 양식적으로 똑같은 토기들이 가야 영역의 상당 부분, 특히 북부에서 광범위하게 출토되는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한다.

◆대가야는 고대국가 정치체제=이제까지 학계의 해석으로는 가야 전체가 연맹 혹은 연합 상태였다는 관점을 대전제로 삼아 해당 지역들이 각기 독립적인 상태에서 상호 긴밀하게 연계된 가운데 고령 지역의 대가야가 맹주 역할을 한 연맹체였다는 '대가야연맹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 후 그 지역들이 그저 연맹을 맺은 단계에 머문 것이 아니라 고령 지역이 해당 지역들을 상하의 정치 관계로 지배한 고대국가였다는 '대가야국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자 이희준은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고학 이론과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신라를 고고학적으로 연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라고고학연구'가 있으며 역서로는 '고고학의 방법과 실제' '세계 선사문화의 이해' '현대 고고학의 이해' '현대 고고학 강의' '죽음의 고고학' 등이 있다. 389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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