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대 등록 자치구 3위, 아파트 주차장·카페 점령…살짝 긁어도 수백만원 비용
대리운전을 하는 이모(52) 씨는 수입차량 운전자가 대리를 부르면 덜컥 겁부터 난다. 얼마 전 수입차를 대리운전하던 중 주차를 하다 옆의 차를 긁었는데 옆 차도 고가의 수입차였기 때문이다. 수입차량 2대의 수리비가 적어도 수백만원이 나올 것이라 이 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씨는 "보험 보상한도를 넘어서 자기부담금이 발생할 것 같다. 손님을 골라서 받을 수도 없고 대리운전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수입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수입차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수입차가 가장 많은 자치구여서 운전대를 잡기가 무섭다는 운전자가 많아졌다.
국토교통부 수입차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자동차 등록 기준 수입차는 총 161만2천818대다. 자치구 중에서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6만8천420대, 4만5천259대로 1, 2위에 올랐다. 대구 수성구는 4만2천152대로 인천 남동구(4만369대)에 앞선 3위였다. 달서구는 1만8천257대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성구는 차량 5대 중 1대가 수입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기준 수성구 전체 자동차등록 대수 21만1천390대 가운데 19.9%가 수입차였다. 달서구는 같은 기간 수입차 비중이 전체 26만6천534대의 6.8%였다.
수성구의 경우 아파트 주차장이나 골목마다 수입차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8일 오후 찾은 대구 수성못 인근 한 카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20여 대 중 절반 이상인 12대가 수입차였다. 브랜드도 다양할뿐더러 상당수는 중형급 이상 세단이었다. 카페 주차관리인은 "카페 이용객 대부분 20~40대 젊은 층이 찾는데 수입차가 절반쯤 된다"며 "모양이 독특한 일본산 경차나 슈퍼카로 불리는 최고급 수입차까지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판매는 올 들어 계속 상승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1만6천212대로 지난해 같은 달 1만5천671대보다 3.5% 증가했다. 수입차 월 신규등록 대수는 지난 1월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수성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입차가 부쩍 늘면서 주민 차량 중 3분의 1 정도는 수입차"라며 "일부 수입차는 기어 중립(N)으로는 주차가 되지 않아 주차공간이 부족할 때 이중주차를 하지 못해 골치가 아프다"고 전했다.
도로에도 수입차가 넘치다 보니 '접촉사고가 겁이 난다'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다. 황모(37'수성구 범어동) 씨는 "지난해 아파트 앞 도로에서 수입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300만원이나 물어줘야 했다"며 "이후 운전할 때는 수입차와 가급적 거리를 두려 하지만 워낙 수입차가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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