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들을 안을 수만 있다면…"
유잉육종을 앓고 있는 김준겸(가명'18) 군의 어머니 강혜정(가명'53) 씨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3년간 아들의 투병생활을 지켜본 혜정 씨는 누구보다 강해져야 했다. 지난해 준겸이와 같은 병실을 쓰던 소아암 환아 세 명이 세상을 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혜정 씨는 마음을 더욱 굳게 다졌다. "준겸이도 그렇게 될까 봐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맘을 굳게 먹어야 준겸이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준겸이가 자라면서 암 진행 속도가 덩달아 빨라져 혜정 씨의 시름이 깊다. 2013년 말 발병 당시, 의사는 초기 단계에 발견해 금방 나을 거라고 했지만, 유잉육종은 3년간 세 차례나 재발했다. 재발할 때마다 전보다 독한 항암제를 써야 했고 준겸이는 점점 지쳐갔다. 준겸이와 같은 병실을 쓰던 또래 아이는 7년간의 치료를 끝내고 퇴원했지만 곧 재발해 세상을 떴다. 혜정 씨는 '완치될 수 있다'고 믿는 준겸이에게 이를 알리지 못했다. 혜정 씨가 말했다. "완치는 기대도 안 해요. 그저 매일 아침 눈 떴을 때 준겸이를 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유잉육종 3년간 세 차례 재발…완치 기대 안 해
자라면서 흔한 병치레도 하지 않았던 준겸이는 3년여 전부터 왼쪽 다리를 절었다. 축구를 좋아했기에 근육통일 거라고 여겼지만 한 달이 지나도 낫지 않았다. 대구의 병원을 전전하다 2013년 말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유잉육종 진단을 받았다. 유잉육종은 뼈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으로 매년 15세 이하 청소년 10~12명이 진단을 받는다.
혜정 씨는 "하늘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남편과 이혼해 아이 둘을 혼자 키우고 있었고, 친정 부모님마저 혜정 씨에게 의지하는 처지였다. 준겸이는 8개월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3개월 만에 유잉육종은 오른쪽 다리뼈에 재발했다. 그 후에도 왼쪽 갈비뼈로 전이됐고 지난해에는 유잉육종이 두개골, 왼쪽 다리뼈, 오른쪽 갈비뼈 등 세 군데를 점령하고 말았다.
지난해는 준겸이와 혜정 씨에게 가장 힘든 한 해였다. 3, 4월에는 다리뼈와 갈비뼈를 수술했고 두개골은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등 1년 내내 치료를 받았다. 준겸이는 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면서 부작용으로 종일 구토와 설사를 했고 이틀 만에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 혜정 씨는 아직도 준겸이의 몸에 카테터를 삽입하거나 주사를 놓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돌리고 말아요. 준겸이가 그런 제 맘을 아는지, 아무리 아파도 아픈 내색 한 번 하지 않아요."
◆병원비, 생활비 이중고…지인에게 상처받아
준겸이의 누나 지연(가명'20) 양은 3년간 엄마, 동생과 떨어져 지냈다. 준겸이의 치료에만 신경을 쏟았던 혜정 씨는 "엄마 없이 고등학교에 다닌 지연이에게 한없이 미안하다"고 했다. 혜정 씨가 미안한 마음에 지연이 앞에서 눈물을 쏟을 때마다 지연이는 오히려 씩씩하게 혜정 씨를 위로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지연이를 실용음악 학원에 보내주지 못한 게 한이 돼요. 지연이는 아르바이트로 학원비와 용돈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어요."
2012년에 이혼한 남편은 준겸이가 아픈데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매달 100만원씩 주기로 한 양육비마저 제때 보낸 적이 없다. 2년 전에 혜정 씨를 찾아와 밀린 양육비 1천600만원을 선심 쓰듯 주고 간 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병원비도 부담이지만 서울의 병원, 대구의 집 등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생활비도 만만찮다. 준겸이가 아픈 뒤로 일하지 못해 혜정 씨는 대출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6천만원에 달하는 빚은 매달 상환금만 60만원에 이른다. 월세와 관리비가 몇 달간 연체된 바람에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도 쫓겨날 처지다.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염치 불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번번이 거절당했어요. 준겸이를 포기하라는 심한 말을 듣기도 했죠. 가까운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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