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재벌과 한국 재벌

입력 2017-03-06 04:55:02

1870년 이후 미국의 산업은 대기업이 주도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전 세계에 기부를 가장 많이 한 나라이기도 하다.

자동차 왕 포드는 1914년 최저임금 5달러, 일일 8시간 노동, 주5일 근무 등 그 당시 획기적인 노동정책을 펼치고 인종차별을 없앴으며, 장애인을 고용하는 등 지금도 하기 어려운 정책을 솔선수범하였다. 그의 경영 철학은 기업을 통한 사회봉사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있었다.

철강 왕으로 불리는 카네기는 19세기 미국의 철강 산업을 엄청난 규모로 발전시킨 주역이며, 당대 최고의 자선사업가이기도 하다. 카네기 공과대학 설립, 카네기 연구소, 카네기 재단을 통해 미국공과대학 교수를 위한 연금,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전 재산을 바쳐 전국에 도서관을 지어주었다. 세계에서 도서관이 제일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억세고 야성적인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여준 것은 카네기 도서관 덕분이다.

석유로 돈을 번 록펠러는 53세에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되었다. 그가 다니는 병원 벽에서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표어를 보게 된다. 전 재산을 바쳐 전국에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었고, 그의 사업 철학은 '신뢰를 생명으로 하라'였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 제일의 부자이다. 자산 97조원의 이자만으로 1분에 500만원을 번다. 하루 기부한 돈이 50억원이나 된다. 전 재산 99%를 사회에 내어놓고, 재산을 물려주면 장래를 망친다며 자식에게는 1%만 주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미국 제2의 부자로 전 재산 71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1%만 자식에게 준다는 유언을 이미 남겼다. "나머지 99%를 다른 사람이 쓴다면 엄청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기부한 돈이 35조2천억원이 넘는다.

페이스북은 2004년 미국 하버드생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 일행이 시작한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이다. 저커버그는 주식 99%를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미국 100대 기업은 이미 재산 50%를 사회에 기부했다. 현재 미국의 100대 기업 중 90%가 자수성가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100대 기업 중 90%가 대물림이고 자수성가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재벌 생성 과정은 너무나 부끄럽다. 정경 유착, 부동산 투기, 독점 상품, 문어발 기업 확장, 일감 몰아주기, 내부 거래, 단가 후려치기, 하청 회사, 대형마트, 편의점, 빵집, 식당, 커피, 문구, 의류, 골목 상권까지 싹쓸이하였다. 우리나라 7대 재벌은 현금 600조, 부동산 960조, 주식 57조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벌이 망하면 한국이 망하는 갑질 재벌공화국이 되어 있다.

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이 15조3천억원, 1년 수익이 4조7천억원이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 주식 배당 수익이 한 달 770억원이었다. 다른 재벌도 유사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유산 600억원을 받아 재산이 8조원으로 늘어났고, 세금 60억원을 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우리나라를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는 정부의 절대적인 뒷받침이 있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값싼 노임으로 일해준 국민이 있었고, 국산품 애용 운동으로 재벌 상품을 팔아주는 국민이 있었다.

늦었지만 한국 재벌도 미국 재벌과 같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세계 유례 없는 족벌 체재로 형제간의 재산싸움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고, 대우의 경우 분식회계 41조원, 은행대출 10조원의 빚을 국민 혈세로 물어주었다. 롯데는 300억원 비자금, 6천억원 탈세, 삼성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어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우리나라 부패와 재벌들의 정경 유착 비리의 복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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