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가 쳐놓은 덫에서 탈출하라…『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입력 2017-03-04 04:55:01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장신기 지음/시대의창 펴냄

2016년 하반기 한국 사회를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는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신보수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작년 12월 19일 대통령 탄핵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보수의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저자는 신보수가 남긴 폐해는 크다고 진단하고 이제부터 나타난 문제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실천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위기에 몰린 국가를 정상화하고 국내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범진보세력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진보의 부활을 위해서는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진보 오리엔탈리즘의 현상들='오리엔탈리즘'이란 에드워드 사이드가 개념화한 말로 '동양에 대한 서양의 편견과 왜곡,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과 지배 방식'을 말한다. 한국의 정치사회에서도 오리엔탈리즘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저자가 '진보 오리엔탈리즘'이라 명명한 것으로 '보수에 의해 형성된 진보 내부의 의식이나 태도'를 뜻한다. 진보는 스스로를 인식하거나 규정할 때 보수의 렌즈를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다.

지은이는 진보 오리엔탈리즘이 드러나는 구체적 현상으로 ▷보수화된 안보 ▷이념 없는 민생 ▷반대만 하는 진보 ▷원칙 없는 역사 화해 ▷탈(脫)호남을 거론한다. 그리고 이 현상이 '반노무현'과 '탈호남'이라는 정치적 상징으로 나타나 현재 구민주당 세력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의 분열 그리고 진보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의 분열과 깊이 관련된 것으로 진단한다.

◆스스로 덫에 걸린 진보 세력=저자는 '진보 오리엔탈리즘은 보수 세력이 쳐놓은 덫이다'라고 진단한다. 구민주당 세력도 진보 오리엔탈리즘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보수에 의해 의식의 식민화 상태에 빠진 진보는 그러한 파멸적인 행동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보 오리엔탈리즘에 따른 내부 분열을 봉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친노 세력과 반노 세력은 진보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자립성과 헤게모니가 없고 이 문제는 정치 리더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정치 리더에게는 '통합'과 '구별 짓기'라는 자질이 요구되는데 문재인, 안철수 두 정치 지도자는 이 부분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진보 오리엔탈리즘 극복의 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보 오리엔탈리즘에 따른 내부 균열을 봉합하고 대(對)보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 오리엔탈리즘은 진보를 무기력하고 무능한 존재로 만들었고 반노무현과 탈호남으로 인한 갈등은 전통적 지지 기반을 분열시켜 정치적 리더십을 약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도화와 외연의 확장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정치적 세력 확장을 통해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중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중도화에 성공하려면 자기중심을 먼저 구축한 후 자립적이고 자생적인 방식을 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서로를 덫에 빠뜨리는 김대중 지지층과 노무현 지지층의 '통 큰 연대'를 주문한다. 개혁세력 스스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생적 중도화'의 길을 통해 새로운 질서와 정치 패러다임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25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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