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미래가 궁금한가? 도시의 흥망사를 돌아보라…『도시, 문명의 꽃』

입력 2017-03-04 04:55:01

도시, 문명의 꽃/ 앤드류 리즈 지음/ 허지은 옮김/ 다른 세상 펴냄

서울은 각각 한성과 한양이라는 이름으로 백제와 조선의 도읍이었고, 현재도 대한민국의 수도다. 수백 년 동안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은 이미 19세기 말에도 25만 명이 사는 도시였다. 서울 인구는 계속 늘어 1988년 1천만 명을 돌파했다. '메가시티'의 반열에 오른 것. 하지만, '메가시티' 서울은 그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993만616명으로, 140만 명이 서울을 빠져나가면서 1천만 명 선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현실화한 인구 절벽시대에 도시 인구의 지속적 증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도시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쇠퇴하며, 움직인다.

'도시, 문명의 꽃'은 도시역사학자 앤드류 리즈가 인류와 문명의 역사를 도시 발달사로 풀어낸 책이다. 오랫동안 도시와 도시민의 삶에 관심을 쏟아온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가 걸어온 길,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말하고 있다.

도시의 역사는 6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석기혁명으로 식량을 확보한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도시가 형성됐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는 문명의 시초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기원이다. 한 예로 황허'양쯔강 문명과 인더스'갠지스 문명은 중국과 인도를 인구 대국으로 만들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피운 꽃은 그리스'로마로 이어졌다. 이들은 페니키아인이 이뤄낸 것보다 더 크고 강한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테네의 패권은 도시 재건 계획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민주정치의 명성이나 예술'문학'철학의 융성도 건축을 비롯한 도시의 물리적 재건 위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로마의 카피톨리노'팔라티노 언덕을 중심으로 한 아우구스투스의 건축 사업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대의 폭군 네로 황제로 이어졌다. 그는 역사상 최초의 도시계획을 적용해 도시 환경을 개선했다.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내화성 건축재를 쓰게 했다. 또 도로의 최소 폭을 법으로 규정하고 그 배치도 미리 계획했다. 공공의 목적에서 그려진 로마의 미관은 판테온과 콜로세움 건축으로 정점을 찍었다.

도시는 혁명의 무대였고, 혁명은 도시 생멸과 성장의 도화선이었다. 저자는 지배자의 권력은 기존 질서를 뒤엎는 전쟁과 혁명에 의해 중심을 옮겨갔다고 말한다. 여기엔 교역이라는 소프트 전쟁도 한몫을 했다. 십자군 원정과 실크로드는 동서양 장벽을 허물었고 이 시기엔 바그다드, 장안, 테노치티틀란 등이 번창했다. 도시는 그 규모가 커졌고, 도시민의 여유는 계몽주의의 바람과 맞물려 서구사회 전체로 퍼졌다. 런던과 파리 등은 17, 18세기에 급성장한 대표적인 도시다. 작은 마을과 농촌에서 도시로 계속 인구가 유입되면서 대도시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것도 이때다.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1800년에 런던과 베이징 두 곳뿐이었는데, 1900년에는 16곳으로 늘었다. 도쿄는 이때 이름을 올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북적이는 도시가 됐다. 신석기혁명으로 고대 도시가 탄생했듯이, 산업혁명은 항구도시와 공업도시의 성장을 견인했다. 뉴욕, 피츠버그, 맨체스터, 함부르크, 오사카 등이 산업혁명 이후 급성장한 도시다. 산업활동의 중심지는 전기'가스'상하수도'도로'병원'학교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정비되면서 행정'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베를린, 뮌헨, 글래스고 등이 그 예다.

이 시기 무역과 통상으로 부를 축적한 수많은 국가는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통제되기도, 성장하기도 했다. 아시아와 남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는 제국주의의 교두보, 식민통치의 희생양이 됐지만, 반대로 서반구 신대륙은 유럽의 통치에서 벗어나 부상했다. 캘커타와 뭄바이, 요하네스버그, 싱가포르, 홍콩, 멜버른 등은 유럽인이 형성하거나, 식민주의'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건설, 성장한 도시다. 이어진 제1, 2차 세계대전은 도시에 큰 상처를 남겼고, 도시의 역사는 재건으로 다시 쓰였다.

도시는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도시를 동경하고, 도시에 몰려든다. 세계 곳곳의 도시는 '집적' 경쟁으로 인구 1천만이 넘는 '메가시티'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상하이, 상파울루, 델리 등은 뉴욕과 런던을 꺾었다. 집적과 집중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인구 과밀로 편의시설, 공중보건, 치안에 적신호가 켜졌고, 일부 도시는 범죄와 환경오염의 온상이 됐다. 지난해 올림픽이 열린 리우는 파벨라(Favela'빈민촌)로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노출했다.

책은 도시를 수평으로, 수직으로 분해한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평면과 명암을 통해 도시 공간을 바라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의 시각이 서양 도시의 발달사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도'일본 등의 도시 번영에 대한 간략한 기술이 있지만, 무게중심은 서반구에 집중돼 있다. 도시의 폭발적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살기 좋은 곳에 사람이 모여들수록 도시는 커졌다. 많은 도시가 만들어졌고 발전하고 있다. UN이 내놓은 'The World's Cities in 2016'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인구의 23%(17억 명)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에 살고 있었고, 2030년에는 세계 인구의 27%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인류가 자리 잡을 도시는 6천 년 전 그 도시도, 지금의 도시도 아니다.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가. 책이 내놓은 답은 "도시의 흥망사를 돌아보라"이다. 224쪽, 1만2천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