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배우 오지호

입력 2017-03-03 04:55:02

마흔 넘어 멜로…"배우니까 배우죠"

이 남자, 남자가 봐도 사람 좋아 보이는 눈웃음이 매력적이다. 구릿빛 피부에 덩치도 좋은데 나름대로 애교도 있는 듯하다. 한 예능에 딸과 출연한 모습도 선보였는데 가정적이라는 말은 또 해서 뭣하랴. 배우 오지호(42)는 딸 얘기를 꺼내자 자랑에 여념이 없다. 웃으며 "15개월밖에 안 됐지만 아무래도 천재 같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딸 바보' 칭호도 추가다.

본연의 업인 연기 이야기를 할 때 또 눈이 반짝인다. 눈웃음만이 아니라 눈빛도 좋다. 그런 눈으로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 2001년 영화 '아이 러브 유' 이후 16년 만이다. 그간 수 편의 멜로 작품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1시간 반 이상을 멜로 감정으로 끌고 가기 어려웠다"는 말로 일부러 피했던 오지호는 '커피 메이트'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마흔 살이 넘고 나니 '이제는 다시 한 번 도전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았다"고 짚었다.

'커피 메이트'는 카페에서 우연히 커피를 마시는 '동료'가 된 두 남녀 희수와 인영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들을 공유하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풍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불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예상을 뒤엎는다. 남녀를 연기한 오지호와 윤진서는 그 흔한 스킨십이 하나도 없다. 오지호는 "사실 놀랐던 부분"이라며 "아무리 뒤져 봐도 그 흔한 키스신이 없더라.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지점이 딱 맞아떨어진 것 같다. 스킨십이 없는 게 절대 아쉽지 않았다"고 만족해했다.

"카페에서만 보고, 친구를 하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었죠. 우리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데 그런 사람이 실제로 어디 있겠나 싶었어요. 신선하지 않나요? 전 궁금하더라고요. 좀 더 에로틱한 걸 원했는데 실망하셨다고요? 하하하."

과거 심한 상처가 있는 희수가 인영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기장'이라는 대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사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끌어당기는 무엇 때문에 결혼을 한 거예요. 친구 소개로 만났는데 1시간 만에 간다고 했거든요. 1주일 안에 다시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면 결혼을 할 것이고, 아니면 친구도 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생각이 났고, 그렇게 연애를 하다 결혼하게 됐죠. 아마 지금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으면 외국에 나가서 살았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런 상대가 분명히 있는 거죠."

그렇다면 오지호는 끌리는 이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는 "인영이 희수를 알지 못하니깐 비밀을 얘기한 것 같다"고 고개를 저으며 "친한 친구에게 비밀 얘기를 하지만 그건 알려지는 것이고, 진짜 비밀은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얘기할 것 같다. 그래야 비밀인 것 아닐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비밀은 없다. 하나라도 다 얘기한다"고 웃었다. 예능 속에서 보여준 모습과 인터뷰를 통해 몇 차례 만난 느낌이라면 진실일 것 같다.

오지호는 배우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했다. 그는 "10년씩 계획하고 인생을 사는 편"이라며 "지금까지 액션과 코미디 등의 장르에 잘 참여해온 것 같다. 40대 초반에는 악역 등 다양한 장르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쉽진 않다"고 말했다. "'이미지가 너무 셀 것 같다' '작은 역인데 네가 할 수 있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저예산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다양하게 해보자고 생각했고 '대결'의 악역, '악몽'의 미친 감독 등 나름대로 그 지점을 충족해나가는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가끔 '일탈'을 원할 때가 있긴 하다. "총각일 때는 자유를 느끼며 여행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남자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그게 다른 의미의 일탈은 아니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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