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터 잡은 '대구 평화의 소녀상'

입력 2017-03-02 04:55:01

2·28공원서 두 번째 제막식…시민들, 목도리·털모자 씌워…성금 낸 시민 2천명 이름 새겨

'평화의 소녀상'이 3'1절인 1일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세워져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 속에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소녀상은 2015년 8월 15일 대구여상 교정에 세운 소녀상에 이어 대구에서 두 번째이다. 대구시는 두 달가량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뒤 소녀상을 공원 안으로 옮기고 관리를 위한 예산도 확보할 계획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노란색 천막이 걷히자 여기저기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평화의 소녀상을 보려고 몰려든 취재진과 수백명의 시민들로 2'28기념중앙공원 주변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소녀상이 춥지 않도록 분홍색 목도리와 털모자를 씌워줬다. 소녀상 옆 '평화의 나무' 조형물에는 소녀상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에 참여한 2천여 명의 시민 이름이 새겨졌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제98주년 3'1절을 맞아 1일 2'28공원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정해용 대구시 정무조정실장, 중구청 윤상화 부구청장이 참석했다. 제막에 앞서서는 무용가 박정희 씨의 공연이 펼쳐졌다.

대구에서 두 번째인 소녀상은 이날 오전 11시쯤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받침대를 포함해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 크기다. 소녀상에 꽃다발을 전한 김민아(9) 양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은 1호 인물로 기록됐다. 할머니(75)에게 "유관순 누나 보러 가자"고 졸라 시내로 나왔다는 김 양은 쏟아지는 어른들의 관심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날 2'28공원 앞에 세워진 소녀상은 김운성, 김서경 부부 작가가 공동 작업한 작품이다.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세워진 소녀상과 비슷하다.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있으며, 기단석 바닥 왼편과 오른편에 김용락 시인의 시와 소녀상에 관한 설명이 담겼다. 빈 의자는 떠나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쓸쓸함, 현재 남은 할머니들의 외침, 미래 세대의 약속을 의미한다.

국내 48점, 해외 6점의 소녀상 작업을 해온 김 작가 부부는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후 작품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작품에 감정이입하게 돼서 늘 슬픔 속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며 "대구 평화의 소녀상이 다시 한 번 위안부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진위 이정찬 공동 집행위원장은 "오늘까지 전국에 60여 개 소녀상이 세워졌지만 예산을 반영해 유지'관리를 약속한 곳은 원주와 대구뿐"이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대구 시민과 대구시, 중구청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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