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세계 속으로] 페르시아문명을 찾아 (2) 세상의 절반 이스파한

입력 2017-03-02 04:55:01

이맘 예배당 손뼉 한 번에 메아리 7번…푸른빛 문양은 이슬람의 보석

이맘광장 중앙 예배당 돔 한가운데서 손뼉을 치면 소리가 7번 메아리친다.
이맘광장 중앙 예배당 돔 한가운데서 손뼉을 치면 소리가 7번 메아리친다.
이스파한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페산. 정상에서 열린 조그마한 연주회에서 소녀가 춤을 추고 있다.
이스파한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페산. 정상에서 열린 조그마한 연주회에서 소녀가 춤을 추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인 이맘광장.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인 이맘광장.
33개의 아치를 가진 시오세 다리.
33개의 아치를 가진 시오세 다리.

이스파한은 지리적으로 이란의 동서남북을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16세기 아바스 1세에 의해 사파비 왕조의 수도가 되면서 발전하였다. 건축가와 공예인들을 모아 아름다운 도시를 지었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였다. 테헤란에서 이스파한까지는 자동차로 약 5시간 거리. 도로 양쪽으로 가끔씩 나타나는 나지막한 민둥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어 가는 길은 지루함의 연속이다.

해질 무렵 도착한 후 이스파한에서 가장 높은 호텔 맨 위층에 있는 회전식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잡았다. 둥근형의 식당 한가운데는 뷔페로 기본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주요리는 따로 주문해야 한다. 이스파한 야경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케밥(꼬치구이)은 빠지지 않는 이란의 주식인데 부드러운 양고기를 씹을 때마다 시원한 맥주가 그리웠다. 이란은 술을 엄격히 통제하는 나라여서 아쉽지만 무알코올 맥주로 대신했다. 한참 식사를 즐기던 차에 지배인이 다가와 일행 중 여성에게 "마담, 히잡을 써야 합니다" 하면서 정중하게 권유했다. 여기가 이란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일깨워준다. 동행한 여성은 여행 기간 내내 히잡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다음 날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이맘광장으로 갔다. 남북 512m, 동서 159m의 거대한 직사각형의 2층 건물로 둘러싸인 두 개의 모스크와 하나의 궁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수많은 상점들이 모인 쇼핑의 거리이다. 광장 중앙 큰 연못에서는 모래가 깔려 있어 각종 의식과 경기가 열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최고의 걸작은 이맘 모스크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 중의 하나로 1천800만 개의 벽돌과 47만여 개의 타일을 사용하여 만든 사파비 왕조의 걸작이다. 웅장한 규모와 푸른빛이 감도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돋보인다. 타일에 일일이 문양을 새겨 넣어 전체 그림을 완성한 모습이 벽지에 그린 그림보다도 더 정교하다. 가장 큰 건물인 중앙 예배당 돔 한가운데서 손뼉을 치면 소리가 7번 메아리친다고 한다. 왕족들을 위해 지은 사원과 궁전들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스파한 생명의 젖줄인 자얀데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면서 도시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강 위에 11개의 다리 중 고대시대에 지은 5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가장 아름답다는 커쥬 다리를 찾았다. 물을 조절하는 댐 기능과 교통, 만남의 장소까지 제공하는 멋진 다리이다. 마침 댐 방류로 물이 많이 흘러내려 운치를 더해 준다. 중앙에는 오직 왕만이 이용했다는 방이 있는데 현재는 찻집으로 이용되고 있다. 강변 공원과 시민들의 휴식터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청춘들과 노인들의 모습들도 많이 보인다.

33개의 아치를 가진 시오세 다리는 길이 300m, 폭이 15m로 사파비 왕조 시대에 지은 여러 개의 다리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낮보다 조명으로 수놓은 밤 풍경이 더 화려하다고 해서 두 번이나 찾았다. 누른색의 벽돌과 황톳빛의 조명으로 다리는 황금색을 연출하며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은은한 아름다운 모습에 시인이라면 벌써 펜을 들었을 거다.

가이드인 알리의 집이 바로 이스파한이다. 알리가 저녁식사를 자신의 장인 집에서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현지인의 가정도 경험할 겸 우리는 성큼 수락했다. 저녁 무렵 방문한 집은 조그만 마당을 가진 수수한 일반 가정집이었다. 알리의 장인은 1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매우 불편했다. 알리가 장인을 자기 부인 아버지라고 소개하면서 부인과는 사촌 관계라고 말했다. 알리가 촌수를 잘못 이야기하는 줄 알고 일행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에서는 근친과의 결혼이 흔한 일이라고 한다. 근친 간의 결혼을 통해 재산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서로 잘 아는 사이다 보니 결속력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모든 식구들이 음식을 준비하는데 여자는 주방 일을, 남자는 마당에서 케밥을 준비한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여러 가지 과일과 차, 물담배를 계속 권유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족히 두 시간 이상 걸리는 듯하다. 일반 담배와 향이 다르고 독하지 않아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필자도 물담배로 허기를 반쯤 채운 것 같다. 알리 사촌 남동생이 술을 한 병 꺼내 놓았다. 이란은 술을 금지하는 나라이지만 공공연하게 밀주가 유통되며 가정에서 술을 만들어 마신다고 한다. 규제가 있으면 어디나 구멍이 있는 법. 맑은 증류주인데 목구멍에 한 번 걸리는 것을 보니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 되어 보인다. 거실 바닥에 깔린 카펫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정성스러운 준비와 환대로 밤늦도록 아름다운 자리를 가졌다. 감사의 표시와 마음을 전하면서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쉬라즈로 가기 전에 이스파한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페산으로 갔다. 자동차로 구불구불한 길을 서너 차례 돌아 산 입구에 도착한 후 케이블카를 탔다. 발아래 구불구불한 등산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정상을 향하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이스파한의 도시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넓었다. 어디선가 이란 전통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을 따라가 보니 정상 쉼터에서 음악동호회 일행들로 보이는 여럿이서 즉석 연주를 하고 있었다. 마침 이곳을 찾은 현지인들도 빙 둘러서 연주에 맞춰 흥얼거리거나 손뼉 치면서 장단을 맞춘다. 빙 둘러선 중간에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혼자서 춤을 추는데 그 기교가 예사롭지 않다.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이제 마지막 여행지인 쉬라즈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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