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마운드 핵심" 김동호, 늦깎이 주전의 꿈

입력 2017-02-27 04:55:05

많은 시련을 딛고 마운드에 선 김동호는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각오를 다진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김동호의 모습. 채정민 기자
많은 시련을 딛고 마운드에 선 김동호는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각오를 다진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김동호의 모습. 채정민 기자

프로야구 무대에 서고 싶다는 목표는 이뤘다. 이젠 팀의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룰 차례다.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운드에 선 김동호(32)는 삼성 라이온즈의 핵심 불펜이 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김동호에겐 2017시즌이 1군에서 맞게 될 두 번째 시즌이다. 그는 수차례 시련을 딛고 마운드에 섰다. 대구고와 영남대 졸업 후 도전했던 신인 드래프트에선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기도 했고, 한화 이글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하기도 했으나 1군 무대는 밟지 못했다.

그래도 김동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현역으로 군 복무 후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렸다. 2014년에야 서광이 비쳤다. 꿈에 그리던 고향팀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오른쪽 팔꿈치와 어깨가 좋지 않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러다 2016시즌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김동호는 "다시 그 생활을 견뎌보라면 못할 것 같다.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버텼다"며 "그래도 그 경험들 덕분에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더욱 진지해졌다"고 했다.

삼성에서 뛰었던 박석민(NC 다이노스)이 김동호의 고교 동기다. 이미 스타가 된 박석민과 달리 김동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동호도 그 사실을 잘 안다. 다만 낙담하지 않고 그만큼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여긴다.

김동호의 투구 내용이 다소 단조롭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동호의 주무기는 투심패스트볼. 흔히 '직구'라 부르는 포심패스트볼처럼 날아가다 살짝 휘거나 떨어지는 구종이다. 하지만 이 공 외에 위력을 발휘할 만한 구종이 더 필요하다.

그는 "일단 투심패스트볼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구종을 장착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다만 어떤 구종인지는 '영업 비밀'이다"며 웃었다.

김동호가 쉬지 않고 땀을 흘리는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 후 그는 새신랑이 됐다. 김동호가 보여준 것도, 가진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음에도 그의 곁을 지켜준 사람을 아내로 맞았다. 가정을 꾸렸으니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각오다.

김동호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이뤘다. 이젠 잘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릴 때다"며 "구체적인 성적을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다. 팀 사정에 따라 어떤 역할이든 확실히 해내겠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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