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 특화 프로그램…학생 적합성 맞으면 지역 구분없이 참여"
매일신문이 최근 3주간 대구경북 고등학교의 진학 성과 심층 분석 시리즈를 통해 2017학년도 서울대, 지역대학 의학계열, 경북대의 수시와 정시모집 합격자 배출 분포를 공개했다.
서울대의 경우 비수성구 지역 일반고에서 합격자 증가가 지난해에 비해 두드러졌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 기회균형선발전형은 개별 학교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의학계열 합격자 배출은 구'군별 고교의 학력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북대도 수시모집에서 개별 학교의 역량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났고, 정시는 수성구 지역 고교 중심으로 학력 격차를 다시 한 번 나타냈다.
보도 이후 매일신문은 지난 20일 대구 구'군별 9개 고교의 교감'교사들과 함께 '일반계 고교 진학 발전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교 규모, 입학 자원, 주변 환경 등 개별 학교의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약점을 보완하면서 진학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발전 전략을 모색해 봤다.
-제한적이지만 최상위권부터 중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올해 지역 고교의 진학 윤곽이 드러났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
▷박영식(청구고 교감)=대구는 진학 결과를 밖으로 내보이는 부분에서 보수적이고 감추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학교가 말하는 합격자 수를 다 더해보면 모집인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번 입학 성과 공개는 학부모나 선생님들에게 궁금함을 해소하는 데 충분한 의미가 있다. 올해로 끝나지 말고 변화를 계속 살펴달라.
▷정용수(영남고 진학부장)=이번 분석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교육의 빈익빈부익부를 부추길지도 모르겠다. 진학은 역시 수성구라는 인식이 학부모에게 더 다져지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채문기(경덕여고 3학년 부장)=내신이나 학생부 내용으로 아이들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으나 결국 수능 최저를 못 맞춰 불합격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비수성구 선생님들도 많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진학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김지훈(경신고 교감)=우리는 내신이 불리해 수능 쪽으로 힘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보도된 수치를 보니 같은 수성구인 대륜고에서는 수시와 정시가 비슷한 결과를 보여 우리가 배울 점이 있고 자극이 되어 좋다.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더 나은 진학 성과에 접근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기사이고 자료다.
-진학의 성과를 내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
▷유병택(경북대사대부고 교감)=중학교 때부터 수성구와 비수성구 학생의 수준 차는 엄청나다. 같은 10%대 성적이라고 해도 학생들이 고교에 올라와서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
▷조현호(대구고 진학부장)=비수성구 학교의 제일 큰 걱정이 학급당 인원수가 자꾸 줄어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수성구는 오히려 학급당 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인 데다 재수생을 포함하면 진학 대상 인원이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김지훈=수성구 입장에선 우리도 죽을 지경이다. 내신 안 나오니까 우리 학생들이 지역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내신으로 자르고 비수성구 우대하면서 오히려 수성구 학생들이 경북대에 진학하기가 더 힘들다. 그리고 의대만 보내려 한다는 등의 오명을 쓰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물론 성적이 높은 아이들이 있다 보니 서울에 지원하면서 경대는 보험으로 들어놨는데 동시에 합격해 중복으로 된 집계도 있을 것이다.
▷김봉준(동문고 교감)=삼투압 현상이 진학지도에 있어서도 나타난다. 행정구역상 수성구 학교이나 우리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결국 학교가 해야 하는 건 수요자 맞춤형 진학이라고 본다. 여학생이 많다 보니 올해 간호과에 73명을 보냈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 입학을 잘했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하자는 생각으로 교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제 우리 학교로 전학 의뢰가 꽤 들어오고 있다. 지금은 어려운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배진영(대구시교육청 장학관)=대입과 관련해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어려운 지역을 더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주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인 것은 아니고, 학교별 차이가 분명 있다. 예를 들어 과학Ⅱ 과목을 만들면 수성구는 자연스레 그 교육과정이 형성되지만 서구 같은 경우는 한 학교에 신청자가 몇 명 없다. 프로그램을 돌려도 비수성구는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교육청에서는 그런 점에서 선생님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역별 학교별 사정이 다르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머리를 맞대고 진학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박영식=교사와 학교 능력만으로는 진학에 어려움이 있으니 학부모의 관심 유도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진학과 관련해서 많이 모르고 있다. 청구고는 작년에 1~3학년 학부모설명회를 사흘간 진행했다. 올해는 학년별로 기간을 더 늘려 학생부기록과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입학사정관 등을 불러 설명회를 하려 한다. 학부모의 관심을 높이는 교육을 지원해 달라.
▷채문기=학생들이 논술전형(AAT) 신청을 7, 8명이 해도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 절반이 수능 최저를 못 맞춘다. 2, 3명을 데리고는 AAT 준비를 할 수 없다. 인근 학교와 클러스터로 진행하려 해도 무리가 따른다. 서구의 학교는 AAT보단 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략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두희(다사고 교감)=금년 대구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과정형 평가에 대한 연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작년 다사고가 경험 없이 첫해 60%를 수행평가로 진행하니 1년 동안 학생과 교사들 불평불만이 많았다. 간단히 시를 지어 오라는 것부터 며칠 걸리는 5분짜리 UCC 제작 등을 과제로 돌리니 고통스러워했다. 학교의 의도를 알고 있어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최근 대학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는 과정형 평가에 대한 이해 확산이 필요하다.
▷박상희(대구상원고 진학부장)=학력 격차, 구별 격차의 가장 큰 요소는 경제력, 주변 환경인데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사립보다는 공립이 더 힘들 것 같다. 다만 학종시대에 진학의 격차 극복은 다른 학교와 차별화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관건인 것 같다.
▷김봉준=각 구별로 창체센터나 진학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학종에 맞추어 대구시와 교육청이 연계해 각 구별로 특화된 무언가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수성구는 자연과학 분야, 서구는 수학, 남구는 인문사회 쪽으로 특화한다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전공 적합성에 맞춰 창체센터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단위 구에서 진행하기보다 시와 교육청이 함께 지역구와 협조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배진영=대학 측에서 말하길 "출발은 늦었는지 모르겠으나 크게 바뀌고 있는 곳이 대구"라고들 하더라. 지원을 통해 바뀌기보다는 경영자 마인드나 교사들의 활동으로 학교 자체에서 성과를 내고 발전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적이 떨어진 것이 아니고 골고루 나눠 발전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더 해 주시면 좋겠다.
♣간담회 참석자
▷배진영 대구시교육청 장학관 ▷유병택 경북대사대부고 교감 ▷김지훈 경신고 교감 ▷이두희 다사고 교감 ▷김봉준 동문고 교감 ▷박영식 청구고 교감 ▷채문기 경덕여고 3학년 부장 ▷조현호 대구고 진학부장 ▷박상희 대구상원고 진학부장 ▷정용수 영남고 진학부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