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김정남 사망 사건의 '키맨'은 중국이다

입력 2017-02-24 04:55:02

경남대 정치학 박사. 현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현 민화협 정책위원. 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경남대 정치학 박사. 현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현 민화협 정책위원. 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정세·사건 분석 기본은 선입관 배제

한국은 지나치게 정보력을 과시해

주변 국가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도

말레이 정부와 조용하게 협조해야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국적의 외교 여권을 소지한 김철이라는 사람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 당국은 김철을 김정남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김철이 김정남임을 확신한다. 북한은 해외에서 공작이나 정보사업을 할 때 김철'박철'이철이라는 가명을 많이 사용한다.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이수용도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 시절 이철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5분 동안 액체 분사에 의해 쓰러지기까지 김철의 동영상은 누가 보더라도 김정남임이 틀림없다. 사건 발생 후 아직 김정남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망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김정남 사망 사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만약…이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전제한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두 차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북한 국적의 김철이다. 화학물질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지만, 물질의 종류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중이다. 4명을 체포해 조사했으며 1명은 곧 석방될 예정이다. 북한 국적의 용의자는 6명이다. 1명은 조사하고 있고 1명은 현지에 은둔 중이고 4명은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국적의 연루자는 2명이다. 1명은 현지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이고, 1명은 고려항공 직원이다. 여성 2명은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계획된 팀이다.

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접근은 신중하다. 북한대사관 측에 사망자의 시신 확인을 요청했다. 기본적인 외교적 절차이다. 시신 인도에 대해 유족 우선의 원칙을 강조했다. 국제적인 관습이다.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이 배후라는 직접적인 언급도 없다. 반인권'테러라는 표현도 없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북한의 접근은 감정적이다. 거칠고 비외교적이다. 사망의 원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한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부검 전에 심장마비라는 추정에 말꼬리를 잡는다. 시신 부검을 반대한다. 시신의 부검 여부는 유족 또는 현지 당사국의 법'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결탁해서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전형적인 책임 전가'물타기 전술이다. 공동조사를 제의한다. 사건 해결의 협조보다 여론전을 통해 조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의 접근은 확대 재생산적이다. 김철을 김정남으로 기정사실화한다. 김정남에 대한 정보가 많음을 과시한다. 사건 배후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권임을 분명히 한다. 북한 당국이 배후가 아니라면 누구냐는 선동적 인식이 담겨 있다. 통일부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실시한다. 통일부는 정보부도 아니고 사건조사부도 아니다. 스스로 임무와 역할을 망각하고 품위를 손상한 책임이 크다. 국방부는 사망 소식과 함께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를 대북확성기를 통해 심리전을 펼쳤다. 예방안보는 소홀히 하면서 대결안보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세 분석과 사건 분석의 기본은 선입관의 배제이다. 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관련성이 하나하나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협조적 자세가 필요하다. 사건의 책임 전가나 지연전략은 북한체제 및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를 훼손할 뿐이다. 한국은 법치국가이다. 국내외 사건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사건의 진실 파악을 위해 조용하게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조해야 한다. 정보력의 지나친 과시와 사건의 확대 재생산은 주변 국가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대북 압박은 사건 종결 후에도 늦지 않다. 중국은 사건 발생 후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입 중단을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도 강조한다. 사건 관련 및 관심국가에 대한 권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김정남에 대한 신변보호'관리를 해 왔다. 북한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김정남 및 일가족들에게 '외교 여권'을 허용했다. 중국은 김정남 사망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김정남 사망 사건의 '키맨'은 말레이시아도 한국도 아닌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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