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포스트 4대강의 숙제

입력 2017-02-23 04:55:05

국토교통부가 끝내 4대강 보(洑)의 방류량을 더 늘리기로 했다. '녹조라떼' 오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그릇 일부를 비워서라도 물흐름을 빠르게 해 녹조 확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4월부터는 4대강에 녹조가 발생하면 수시로 강물을 방류한다. 수문을 완전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4대강 부근 지하수를 고려해 현재 관리 수위에서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만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경우 관리 수위는 19.5m, 지하수 제약 수위는 15.4m다. 이 구간에 녹조가 발생하면 수위를 4m 낮춰 물을 흘려보내게 된다. 달성보는 3.2m, 칠곡보는 1m, 구미보와 낙단보는 1.6m, 상주보는 2.8m씩 수위를 낮출 예정이다. 4대강 평균 지하수 제약 수위는 2.3m다. 2.3m 수위를 낮춰 방류한다고 녹조를 잡을 수 있을까. 대구 신천 수중보는 주기적으로 바닥까지 여는 데도 수질 관리가 쉽지 않다. 이번 방류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22조원짜리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 부족 국가에서 4대강 사업은 나름 명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토목사업으로 물그릇 키우는 데만 급급한 게 화근이었다. 4대강 사업이 '토목'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 '순리'의 영역이란 것을 놓쳤다. 강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했다. 강변 백사장과 습지를 죄다 파내고 물로 채웠다.

수질 관리 대책이 안이했다. 그나마 낙동강엔 영주댐이 함께 건설됐다. 영주댐에 모아둔 맑은 물을 흘려 낙동강 수질을 개선한다는 계산이었다. 지금 영주댐은 어이없게도 내성천 백사장을 풀밭으로 내몰고 있다. 영주댐의 물타기 전략도, 방류량을 늘리는 차선책도 '녹조라떼'에 맞서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한발 더 나아갔다. 4대강 보 10곳 인근에 인공으로 자연형 저류지 조성을 검토 중이다. 이곳에 강물을 가둬 정화시키자는 복안이다. 수공은 이를 위해 2조2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천문학적 혈세를 쓰냐는 논란에 국토부는 "수공 차원의 아이디어"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포스트 4대강은 수량(水量)이 아니라 수질(水質)이다. 녹조를 잡지 못하면 '4대강 보 해체'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녹조만이 아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가 발견됐다. 4급수는 마실 수 없는 물이다. 강정고령보 상류는 대구 시민의 식수를 취수하는 곳이다. 낙동강은 영남권 주민의 취수원이다. 4대강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 4대강 녹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4대강 수질은 호수화된 본류 문제 못지않게 오'폐수가 유입되는 지류(支流)의 영향도 크다. 지류에 오염원 유입을 막는 대책이 먼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있다.

보완책은 결국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정화의 최고 효자는 습지다. 수질을 개선하는 마지노선이다. 4대강에는 이 마지노선이 사라졌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4대강 습지 40%가 사라졌다. 사라진 습지의 경제적 가치는 5조8천억원에 이른다.

수공의 인공 저류지 조성안은 훼손한 습지를 대체하는 인공 복원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4대강의 반격'을 인간의 힘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2조원을 쓰기보다 4대강 본류에 사라진 습지 복원이 더 현명해 보인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이곳엔 감천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가 벌써 넓은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물그릇 키우기를 조금 양보하고 준설만 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예전의 자연형 습지로 복원될 것이다. 돈 안 들이고 이렇게 복원될 습지가 4대강 합수부 곳곳에 기다리고 있다. 습지는 개발로 훼손한 강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녹조 확산을 막아주는 자연의 원군(援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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