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폭력 가해자의 본질

입력 2017-02-23 04:55:05

최근 칠레의 '카날 13'이라는 TV 고발 프로그램이 대한민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참사관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방송하여, 작금의 국내 사태가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창피한 모습을 세계만방에 알리게 되었다. 이를 접한 국민들은 전 세계적인 국가 망신이라며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사회의 명사나, 고위층, 지식층들이 성폭행을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접하게 된다. 이번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혹은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분들이, 공인이나 다름없는 연예인들이 어떻게 저런 뻔뻔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느냐며 공분하고 흥분한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 그들의 행태에 욕하며 분노하는 나도 그들과 같은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 정신병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신분석론'에서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을 '리비도'(libido) 즉 성적 에너지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성적인 것으로 보며, 인간의 모든 행위는 무의식 층에 기인한 성적 욕구에 의해 외부로 표출된다고 말하였다. 물론 그의 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나 오늘날까지 그의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음도 사실이다.

필자는 프로이트가 말한 리비도는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라 보며, 무의식의 본질은 분리불안과 결핍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요소, 즉 식욕, 성욕, 공격성, 불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태아는 모태에서 산모라는 완전체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면서 독자적인 개체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생존을 위해 스스로 무엇을 섭취할 필요가 없는 독자적인 행위가 배제된 상태로 있었다. 그러나 산모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강제적으로 태아를 축출하게 되고, 이로 인한 출생은 신생아가 독립적인 개체로 자신을 의식하게 되는 분리불안을 생득적으로 얻게 되며, 생존을 위해 스스로 무엇을 섭취해야 하는 결핍의 욕구에 빠지게 된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리비도는 생득적인 불안을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기제이며,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맞물려 성욕으로 표출된 것이다. 성행위를 함으로써 인간은 쾌락의 절정인 희열을 느끼게 되며 일순간이나마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여 내면적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일심동체의 상태에서 분리불안도 해소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행위는 사회적 신분이나 연령의 고하, 많이 배우거나 적게 배운 지식의 수준, 직업(종교인, 법조인, 교직 등) 등과는 무관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우리는 간과하기에 어느 날 내가 성폭력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을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로 구분하였다. 성욕은 원초아에 속한 것으로서 본능, 무의식으로도 불린다. 자아는 원초아를 다스리고, 초자아의 지배를 받는다. 초자아와 자아의 기능이 미약해졌거나, 자신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인간을 지배하는 원초아의 본능이 성욕에 공격성을 더하여 성폭력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인간은 한낱 동물의 상태가 되어 본능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성욕이란 그 사람의 능력이나, 외부적 조건에 구속받지 않는다. 성욕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인성뿐이다. 성폭력으로부터 해방되려면 보다 철저한 인성의 함양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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