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학생·학부모 "우리가 국정 역사교과서 실험 마루타냐"

입력 2017-02-21 04:55:01

180여명 연구학교 지정 반대 집회 가져…교장 "국회 폐기법 보고 결정"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은 20일 오전 교내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측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180여 명은 20일 오전 교내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측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교육부가 3월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할 연구학교로 경산 문명고 1곳을 최종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한 문명고 학생'학부모들은 "우리가 국정 역사교과서로 공부해야 할 실험 대상인 '마루타'가 아니잖으냐"며 허탈감과 울분을 토했다.

학교 측은 이날 집회를 막기 위해 19일 '2월 20일(월)~21일(화)은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학생'학부모 180여 명은 20일 오전 9시부터 예정대로 집회를 했다.

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장 선생님이 배우시고, 우리 학생들은 진실한 역사를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운동장과 교실 복도 등을 행진했으며, 국정교과서 반대 구호를 외치며 2시간가량 집회를 가진 뒤 자진 해산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21일에도 집회를 계속 하기로 했다.

2학년 김모 군은 "집회를 막기 위해 자율학습까지 중단한다는 문자를 발송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니 슬프고 착잡하다"고 했고, 2학년 정모 군은 "오류도 많고 편향된 외눈박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우는 실험 대상이 왜 하필 우리가 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를 떠나 상식의 문제"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바르고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한 역사교과서로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며칠간 집회를 열고 1인 시위도 했다. 오늘 교육부의 확정 발표를 접하니 참담한 심정이다"고 했고, 집회 현장을 지켜본 최재영 문명고 교사는 "교육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이 직접 나서 이 같은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국정'검정 교과서를 비교 연구해 객관적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가치관을 심어주자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전국에서 문명고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된 탓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22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지난해 상정된 '국정교과서 폐기법'의 처리 여부를 살펴보고, 23일쯤 최종 결정하겠다. 학교 정책은 학교에 맡겨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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