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구 의원 다당제 시대, 의정활동 과부하
대구 A국회의원은 요즘 총선 때만큼 바쁘다. 쏟아지는 지역구 민원 탓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예전에는 웬만한 민원은 해당 구청장과 협의해 쉽게 해결했지만, 요즘은 구청장에게 '말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 A의원은 "요즘 단체장과 협조가 잘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할 소규모 민원까지 해결해야 하니 과부하가 걸린다"고 털어놨다.
공천권을 무기로 해당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다.
이들 의원은 막강한 공천권에 기댔던 과거와 비교하며 "아 옛날이여"를 되뇌고 있다.
반면 대구 구청장과 시의원 상당수는 과거처럼 국회의원 뒷바라지를 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행정이나 시정감시활동을 펴고, 중앙정치로부터도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역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 양분되고, 지난 총선과 대통령 탄핵국면을 계기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세도 만만찮은 등 대구의 정치구도가 다당제로 재편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결국 공천권을 누가 행사할지, 또 특정정당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곧바로 당선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 눈치를 볼 이유가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 윤순영 중구청장(바른정당)과 임병헌 남구청장은 모두 마지막 3선 단체장인 데다 윤 구청장과 곽상도 (자유한국당)국회의원(중'남구)은 소속 정당까지 달라 과거의 국회의원-단체장 관계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구청장은 각각 향후 대구시장 또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현 국회의원과 협조보다 오히려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수성구의 경우도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이진훈 구청장(자유한국당)이 한솥밥을 먹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각기 다른 정당에서 '통합 대구공항 이전' 등 현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구 국회의원들은 과거 공천권을 무기로 해당 지역 단체장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현재는 수직관계는커녕 오히려 눈치를 보는 형국"이라며 "통상 지자체가 알아서 처리했던 민원까지 요즘은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특정 정당의 독점구조가 깨지면서 정치적 다양성 확보와 국회의원들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긍정적 측면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으나, 긴밀히 협조해야 할 지역현안을 두고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엇박자를 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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