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열린 나라, 멕시코와 아랍에미리트

입력 2017-02-21 04:55:01

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 전공) 졸업. 전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전 외교부 중남미 전문가 자문위원. 현 한
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 전공) 졸업. 전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전 외교부 중남미 전문가 자문위원. 현 한'칠레협회 이사

사막 지형 위주의 관광대국 두바이

남한 면적 20배나 되는 대국 멕시코

입국 쉽고 무비자 체류 3~6개월 가능

지역'학벌 차별없는 일자리 수두룩

멕시코와 아랍에미리트는 상호 간에 역사적 배경, 나라 규모, 언어, 종교, 인구 구성 등이 판이하지만 각기 중남미와 중동 지역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관광 대국임에도 국내에서는 종종 여행하기 꺼려지는 나라 반열에 오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유독 중남미와 중동은 그 지역 나라들의 풍부한 다양성을 간과하고 그 지역을 그냥 하나로 보고 막연히 위험하지 않을까, 종교적 배타성이 있지는 않을까, 말이나 제대로 통할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2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다녀와서 "청년들이여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세요. 한국이 텅 비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들 가세요"라고 말했다가 "네 자식이면 거기를 보낼 것이냐? 사막 한가운데 가서 살란 말이냐?"는 등의 갖가지 욕을 먹은 일이 있다. 지금 최순실 사건에 대해 엮였다고 주장하며 토로하는 대통령의 억울함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으나, 당시의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억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아랍에미리트는 7개의 토후국(土侯國)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연합국이다. 그중의 하나인 두바이가 얼핏 독립국처럼 쓰이는 데에도 그런 이유가 있다. 옛날엔 한적하고 가난한 토후국이었으나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석유가 쏟아지면서 각종 인프라 구축과 현대화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을 퍼부어서 초현대 국가로 우뚝 솟았다. 160층이라는 세계 최고층 건물과 최대 규모의 쇼핑몰을 위시한 형형색색의 호텔 숲을 보노라면 사막 한가운데가 아니라 라스베이거스나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 열사의 나라에 엄청난 규모의 스키장이 있는가 하면, 서울 여의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인공섬과 테마파크가 여기저기 있다. 전체 인구 1천만 명 남짓에 외국인 거주자가 800만 명이나 되는 그야말로 글로벌화된 국가다. 아라비아 반도에 붙어 있는 이슬람 국가이니 히잡을 뒤집어써야 하고 엄격히 외출이 통제되는 그래서 여성에겐 끔찍한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바로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전혀 딴판으로 자유스러운 여성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두바이가 사막 지형 위주의 작은 관광 대국이라 한다면 멕시코는 남한의 20배나 되는 관광 대국이다. 국토 크기만큼 사막, 고원지대, 정글, 호수가 산재해 있고 마야와 아즈테카 등 찬란한 고대 문명이 있었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34건, 무형 문화유산 8건, 세계기록유산이 10건에 달할 정도로 풍부한 관광 자원을 자랑한다. 여기에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면한 해변과 수자원 조건으로 인해 리조트 시설은 세계 최첨단 수준이다. 관광객은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작년에는 무려 3천400만 명이 다녀간 세계 9위의 관광국이다. 이 중에는 우리 한국인들이 대부분 선호하는 미국과 캐나다 출신 관광객이 2천4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두바이에는 기술자, 의료인, 상사 주재원, 유학생 등 한국인 거주자가 이미 1만 명을 넘어섰고, 항공기 승무원으로만 1천여 명이 진출한 나라이다. 멕시코는 국내 기업과 미국 교포 기업이 진출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 1천 개가 넘을 정도이고, 기존 LG, 삼성, 포스코 계열 기업에 이어 기아자동차가 진출하면서 수많은 동반 협력사까지 포함해 우리 청년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멕시코는 무비자 체류가 3~6개월씩 가능할 뿐 아니라 입국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취업 비자 취득이나 창업을 하는데 인근 중동과 중남미에 비해 절차가 훨씬 단순하고 발급 기간도 빠른 편이다. 사방이 전쟁과 테러가 벌어지는 중동 지역과 마약 조직범죄가 만연한 중남미 지역의 이미지 때문에 도매금으로 위험한 나라라고 여기지만 그건 극히 일부의 사례다. 묻지 마 총기 사고가 만연한 미국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학력, 학벌, 지역 출신에 따른 차별과 편견이 없는 글로벌 일자리를 찾아 도전할 만한 나라로 이 두 나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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