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22일 예비심사 법정…현재 국내 성인 103명, 복자 124명
다산 정약용에게 서학(西學)을 전한 이벽과 6'25전쟁 이전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 등 214명에 대한 시복시성이 추진된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22일(수) 오후 2시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추진을 위한 예비 심사 법정을 연다"고 밝혔다.
시복시성이란 교회가 공식적으로 복자(福者)와 성인(聖人)을 선포하는 것을 말한다. 성인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복자는 해당 지역 가톨릭 교회가 모시게 된다. 시복시성에는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필요하지만, 순교자는 순교 사실만으로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시성이 되려면 시복이 이뤄져야 한다. 사망 후 5년 이내에는 시복을 요청할 수 없다. 시복시성 진행 과정은 엄격한 증거 조사를 거친다는 점에서 재판 형태를 취한다. 예비 심사 법정은 이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덕성을 따져 교황청에 보낼 약전(略傳)을 만든다. 이어 교황청이 관련 자료를 검토해 선정 여부를 가린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는 조선시대 한국 천주교회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권일신'철신 등을 포함해 1879년까지의 순교자들이다. 이벽은 이승훈으로부터 1784년 '세례자 요한'으로 세례받았는데 이는 조선 최초의 세례식이었다. 이후 이벽은 정약용'약전 형제, 권철신'일신 형제 등에게 복음을 전파했다. 정약용'권일신 등은 서울 수표교 근처 이벽의 집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벽은 그 뒤 1785년 최초의 천주교 박해인 '을사추조' 사건에 휘말려 순교했다.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1901년 제주교난 순교자와 6'25전쟁 직후 공산당의 박해로 죽은 순교자들로, 여기에는 외국인 선교 사제 20명과 외국인 수녀 3명이 포함됐다. 특히 제6대 평양교구장이었던 홍용호 주교는 1949년 피랍돼 행방불명됐으나 교황청은 2013년 홍용호 주교를 사망한 것으로 공식 인정해 시복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25년 조선시대 순교자 79위가 시복됐고, 1968년에 24위가 추가돼 103위의 복자가 있었으며, 이들은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한 1984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시성식 때 성인품에 올랐다. 이후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24위를 복자로 선포해 국내에는 103명의 성인과 124명의 복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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