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윤이상의 귀환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음악가 윤이상의 음악과 삶을 다룬 책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이 출간됐다.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운의 음악가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다.
통영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청년 시절,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유럽에서의 유학생활까지 이 책에서는 오랜 시간 금단의 사슬에 묶여 있던 인간 윤이상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윤이상은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 서 있었고 사상적인 면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존재했다. 음악 기법상으로는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을 아울렀다.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간절히 염원했던 민족주의자이기도 하고, 동양과 서양을 잇는 화해와 평화의 음악을 작곡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여러 다층적인 차원의 경계에 서서 어떤 합일 혹은 융합과 상호 보완의 경지를 개척해온 이가 바로 윤이상이다.
특히 죽마고우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했던 이야기가 소개됐다. 훗날 이를 이유로 1967년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독일에서 서울로 납치돼 고문과 옥고를 치렀던 과정, 세계 예술가들의 구명운동과 독일 정부의 한국 정부 압박 과정, 해외에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섰던 내용 등이 상세하게 기술됐다.
윤이상에게 남한과 북한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조국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사건이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윤이상은 다시 독일에 돌아간 뒤에도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동백림 사건에 관해선 함구한다.
그는 감옥에서도 작곡을 놓지 않았고 석방 후에도 고국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남과 북의 하나됨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예술은 찬란했으나 운명은 지극히 불운했다. 시대를 앞서 나간 천재성은 드라마틱한 삶과 만나 변혁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윤이상은 한국 음악인치고는 유럽에서 당당히 서구 현대음악의 계보를 이어받은 인물이다.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쳐 '제2빈악파'의 주역이 됐다. 가야금 연주의 농현(弄絃) 기법을 비브라토로 바꿔 표현하거나 민요나 판소리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서 내는 기법을 첼로나 바이올린 연주에 사용토록 하는 등 우리 음악의 독특함을 서양 음계에 탁월하게 적용했다.
서양 현대 음악기법을 통한 동아시아적 이미지의 표현에 주력했으며, '동서양을 잇는 중계자 역할을 한 음악가'라는 음악사적 지위를 얻었다, 또 '독일 관념철학의 전통이 벽에 부닥친 서양문명의 흐름 속에서 동양사상을 담은 음악으로 세계음악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유동의 꿈' '나비의 미망인' '요정의 사랑' '심청' 등 네 편의 오페라를 비롯하여, '바라' '무악' '예악' '광주여 영원히' 등 20여 편의 관현악곡, 오보에와 첼로를 위한 '동서의 단편' 등 40여 편의 실내악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등의 교성곡, 동요에서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150여 편에 이르고 있다.
책 출간에 즈음하여 반가운 소식도 날아들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지난해 국비 지원에서 벗어나 있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기사회생했다는 반가운 보도다.
저자 박선욱은 청소년용 평전 '윤이상: 세계 현대음악의 거장', 어린이 인물 이야기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을 비롯해 윤이상에 대한 글을 이전부터 써온 시인 겸 작가다. 저자는 "윤이상은 남한과 북한, 동양과 서양의 두 세계에 몸담아온 특이한 존재였고 뿌리와 과정이 다른 두 세계의 문화 사이에서 사유의 뜨락을 넓혀나갔다"며 "빛깔과 무늬가 서로 다른 동양과 서양의 음악 사이에서 창조의 고뇌를 끌어안은 장인 기질의 소유자였다"고 평가했다. 608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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