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에 中, 대북 경계령에 북한 혐오 정서까지

입력 2017-02-15 19:51:16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되자 중국의 대(對)북한 경계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사흘 간격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 한국과의 사이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진 데 이어 '친중파'로 분류됐던 김정남까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돌연 피살되자 중국은 아연실색했다.

중국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전날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신속하게 소식을 전하며 김정남 피살 사실을 확인했다. 북중 접경 지역에는 중국군이 북한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병력을 증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김정남 피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북중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강국(强國)망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잔하오(占豪)는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남 피살 사건이 어떻게 보든 좋지 않은 일"이라며 향후 북한 정세의 혼란으로 중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격렬한 내부 정치투쟁으로 정국이 불안하게 되면 탈북 난민의 유입과 동북아 정세 혼란으로 중국이 위협받게 될 것이고 견제 세력이 없어진 김정은이 또다시 돌출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김정남 피살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반감이 더욱 커지면서 동아시아 정세를 더욱 긴장시킬 수 있다"며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 제재의 또 다른 이유를 찾은 만큼 중국은 더욱 피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친중파 대표인물이었던 장성택 처형에 이은 김정남의 피살은 관계 회복 가능성을 타진하던 북중 관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중화권 매체들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 관계 냉각의 원인을 과거 중국이 김정일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김정남을 지지했고 그 후 김정은이 이에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에서 찾고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북한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카드 한 장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북한 혐오'(혐북) 정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김정남 피살이 북한 요원에 의해 실행됐을 것에 무게를 두고 "봉건시대에나 있을 사건"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위한 전조 아닌가" "더 이상 북한을 보호해주기 어렵지 않나" 등의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다.

량윈샹 교수도 "김정남이 북한 요원에 의해 암살됐다면 이는 북한에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서방 국가들은 북한을 '깡패국가' 리스트에 올려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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