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9시쯤 대구 북구 복현초등학교 6학년 6반. 포돌이'포순이 가면을 쓴 경찰관들이 교실로 찾아와 햄버거와 음료수를 나눠줬다. 21명의 학생들은 갑자기 등장한 경찰 마스코트를 보고 놀라면서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관들이 학생들의 졸업식을 하루 앞둔 이날 마련한 작은 파티의 주인공은 자폐성 장애를 앓는 최가을 양과 친구들. 최 양이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무사히 일반학교를 졸업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찰관들이 추억에 남을 특별한 이벤트를 꾸민 것이다. 학교 전담 경찰관 황진현 경장은 "6반은 최 양이 무사히 졸업하도록 도와준 배려심이 남다른 학급"이라고 칭찬했다.
1학년 때부터 복현초교를 다닌 최 양은 장애 때문에 친구들과의 일상 대화도 쉽지 않았다. 어머니 류영욱(48) 씨는 "아픈 아이를 둔 부모 마음은 항상 조심스럽다. 저학년 때는 아이도 어렸고, 선생님도 아이를 대하는 법에 낯설어 애를 먹었는데 동급생들이 가을이와 함께 지낼 때 '도우미'가 아닌 '친구'로 대해줘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특히 6반 학생들 사이에서 최 양은 특별한 존재였다. 두 달에 한 번씩 짝을 바꿀 때면 서로 최 양 옆자리를 원할 정도로 친구들은 최 양을 배려했다. 담임 이수민(28) 교사는 "가을이와 짝꿍이 되면 식당에도 같이 가야 하고, 밥 먹을 땐 반찬도 올려줘야 하는 등 부담이 있지만 지원자가 많아 제비뽑기해야 할 정도였다"며 "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짝꿍이었다"고 귀띔했다.
이날 경찰관들이 마련한 이벤트 덕분에 6반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지만 하루가 지나면 헤어져야 하는 탓에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최 양과 3차례 같은 반을 한 한성준 군은 "가을이와 4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그때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며 "6학년 때 다시 같은 반이 돼 이제 조금 친해졌는데 헤어지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특수학교인 대구성보학교 진학을 앞둔 최 양에게 이날은 일반학교에서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경찰은 순찰차를 이용해 최 양의 등교를 도왔고, 북부서 청소년지도위원회는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어머니 류 씨는 "일반학교 마지막 수업 날에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가을이가 표현은 못해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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