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벗고 대중 친화력 얻고, '예능'에 재미 본 대선주자들

입력 2017-02-15 04:55:01

정치 예능 출연 입담 과시…유승민, 딱딱·노잼 편견 깨, 안희정 인터뷰 SNS서 인기

JTBC
JTBC '썰전'에 출연해 자신을 공격하는 질문에 답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국회의원 방송 화면 캡처 (사진 왼쪽) SBS 모비딕 인터뷰 프로그램인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해 양세형을 안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방송 화면 캡처

차기 대통령선거 주자들이 예능 욕심(?)을 내고 있다. 개그맨이 주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고, 자기 약점을 공격하는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답하는 등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는 후보의 권위와 위엄을 강조하기보다 모자란 모습까지 보여주며 유권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각 방송사들은 대권주자 섭외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JTBC '썰전'과 TV조선 '강적들' 등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은 물론 공중파인 SBS도 '대선주자 국민면접'이라는 예능이 가미된 프로그램을 기획해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유승민 후보를 차례로 불렀다.

예능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은 유승민 국회의원(바른정당)이다. 국회 국방위원장,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 경력 탓에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재치 있는 모습과 솔직한 태도로 대중 친화력을 높이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일부 정책이 '좌파적 사고'라는 보수층의 비판을 받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한테 '정의당에서 안 받아준다고 전해라'는 문자가 왔다"며 웃어넘겼고, 딸 유담 씨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은 것을 두고 "가진 게 딸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올 땐 "저, 아들도 있다"며 재치로 응수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과감한 예능을 시도했다. SBS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것이 그 예다. 개그맨 양세형이 '밀착 인터뷰'를 한다며 입을 귀에 바싹 대고 속삭이고, 체력 테스트를 빙자해 안 지사 품에 안기는 등 대권주자의 권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하지만 10분 분량의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안희정=소탈'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장단점으로 각각 '반찬 투정 안 함' '노잼'(재미 없음)을 거론하며 동네 아저씨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주자들의 예능 출연 열풍이 탄핵 정국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 때문에 차기 대통령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 수준이 더 높아졌다"면서 "대권주자 관련 정보가 많이 교류되는 순기능도 있으나 기획된 예능에서 후보가 유리한 정보만 노출시키고, 이런 이미지가 '또 다른 허상'이 돼 스타일에 대한 호감만 생긴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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