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금융자산 4조3천억원…'파인'에서 내 돈 검색하세요
#1 주부 김진희(43) 씨는 치솟는 물가 속에서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 남편의 월급으로 살림을 꾸리느라 빠듯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늘 한 푼이 아쉽던 그녀는 지난주 이웃에 사는 다른 주부로부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은행 휴면계좌에서 75만원을 찾아 살림에 보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김 씨도 휴면금융자산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데다 절차가 복잡할 것 같아 확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 2년 전 고향인 의성을 떠나 대구 북구에서 식료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상주(54) 씨는 지난주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오 씨는 불경기로 가게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치료비까지 감당하게 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실에 누워 지내던 오 씨는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동료 환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고향을 떠나기 전 지역 단위농협 조합원이었으면 농협에 낸 출자금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 푼이 아쉬울 테니 출자금을 환급받아 치료비에 보태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데다 출자금 확인 방법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 직장인 이진수(37) 씨는 동창들의 부탁과 부가서비스 혜택 등을 이유로 그동안 신용카드를 자주 바꿔 사용했다. 이 씨는 총각 시절 자유롭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와 달리 지난해 연말 결혼을 한 이후부터는 아내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고 있어 지갑이 얇아질 대로 얇아진 상황이다. 다음 달 아내의 생일에 깜짝 선물을 하고 싶지만 빠듯한 용돈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적립된 카드 포인트를 활용해 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워낙 많은 종류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일일이 조회하기도 어려운데다 '포인트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들처럼 금융기관에서 잠자고 있는 자신의 금융재산 내역을 확인하거나 환급받는 절차를 몰라 속을 끓이고 있는 금융소비자의 고민이 해결될 전망이다.
오늘(15일)부터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 파인(http://fine.fss.or.kr)에서 휴면금융자산을 보다 쉽고 빠르게 그리고 빠짐없이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기관의 휴면자산을 확인하기 위해선 은행, 보험, 주식 등 금융업권별 관련기관이 운영하는 조회시스템(인터넷 홈페이지)을 일일이 방문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불편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금융자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휴면금융자산은 4조3천846억원에 달한다.(표)
휴면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적립포인트가 2조1천914억원으로 가장 많다. 휴면보험금과 농협의 휴면예금 및 출자금이 각각 7천878억원과 6천171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에서 휴면금융자산 한 번에 확인 가능
오늘부터는 '파인'만 방문하면 모든 휴면금융자산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찾을 수 있다. 휴면금융자산을 찾고 싶은 사람은 우선 인터넷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 파인 두 글자를 쳐서 금융소비자정보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파인 두 글자를 기억해 두었다가 활용하는 것이 휴면금융자산을 찾는 첫걸음이다.
파인에서 휴면금융자산을 찾기 위해서는 '잠자는 내 돈 찾기' 코너를 클릭하면 된다.
잠자는 내 돈 찾기 코너에 들어가면 ▷은행 휴면예금'신탁 ▷저축은행 휴면예금 ▷협동조합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휴면성 증권 ▷미수령 주식 ▷카드 포인트 ▷예금보험공사 미수령금 ▷미환급 공과금 등 9개의 휴면금융자산별로 조회 코너를 만날 수 있다.
9개의 휴면금융자산별 코너를 하나하나 클릭해보면 자신이 잊고 있었던 휴면금융자산 보유 여부와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각 조회코너에서는 개인 신용정보 보호를 위해 정보조회 시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은행 휴면예금'신탁' 코너에선 개별 은행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본인의 휴면예금 및 신탁을 포함한 모든 은행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계좌통합조회 선택 및 정보제공 동의 후 정보입력 화면으로 이동해 주민등록번호 입력과 공인인증서 및 휴대폰 인증을 거치면 한눈에 은행 휴면계좌를 확인할 수 있다. 환금액이 30만원 이하인 경우 조회 후 바로 환급이 가능하다. '저축은행 휴면예금' 항목도 같은 방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휴면금융자산 종류별 코너에서 확인 및 환급신청 가능
휴면금융자산 비중이 큰 협동조합 휴면예금 및 배당금은 '협동조합 휴면예금'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 및 새마을금고에 있는 휴면예금, 휴면공제금과 조합원 탈퇴 후 찾아가지 않은 출자금, 배당금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다.
특히, 출자금 및 배당금은 인터넷 뱅킹에 접속하지 않고 홈페이지 '조회코너'에서 성명, 생년월일 입력 후 휴대폰 인증으로 조회가 가능하다.
휴면규모가 가장 큰 신용카드 적립 포인트는 '카드 포인트'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자가 각 카드사에 적립한 카드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카드 사용 후 적립되는 포인트가 조회되고 사용하지 않은 잔여 포인트 및 소멸예정 포인트와 소멸시기도 알 수 있다. 신용카드 적립 포인트는 한 곳으로 모아 인터넷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상품권과 교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한 경우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돈 가운데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금(예금보험금, 파산배당금 및 개산지급금 정산금)은 '예금보험공사 미수령금'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납세자가 받아가야 할 세금, 건강보험료'국민연금 과오납금 및 휴대폰 해지 후 발생한 통신 미환급금 등 총 8종의 미환급금은 '미환급 공과금' 항목에서 확인한 후 환급을 신청하면 된다.
이 밖에 주주가 실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식 배당, 유무상 증자 등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해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고 있는 미수령 주식 및 배당금은 '미수령 주식' 코너에서 확인하면 된다.
박종각 금융감독원 금융혁신국 부국장은 "금융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망라해 놓은 금융소비자정보포털사이트 파인에 휴면금융자산 검색 및 환급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까지 탑재돼 파인이 더욱 금융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기 침체로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빠짐없이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면금융자산은 금융기관과 거래하던 개인이 여하한 이유로 금융기관에 맡겼다가 찾아가지 않은 돈을 뜻한다.
은행권에서 말하는 휴면금융자산은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휴면예금, 1년 이상 비활동성 예금 및 만기가 5년 이상 경과한 불특정금전신탁 등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료 미납으로 실효되거나 만기 후 찾아가지 않아 청구권 소멸시효가 만료된 보험금을 휴면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휴면성 증권계좌는 6개월간 거래가 없는 10만원 이하 계좌를 의미한다.
금융당국과 각 금융기관은 그동안 수시로 휴면금융자산 주인 찾아주기 운동을 벌여왔지만 금융소비자들이 금액이 적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휴면금융자산을 방치해 왔다. 금융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휴면금융자산은 고객들이 자신의 금융자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도 있지만 금융기관에게도 부담이다. 고객의 돈이라 임의로 처리할 수도 없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통계를 내면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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