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안희정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추월'은 여전히 미지수다. 보수 쪽 사정을 보면 문재인의 차기 대권 근접도는 더욱 높아진다. 지리멸렬에다 지지율은 바닥을 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로선 '소망적 사고'에 가깝다. 문재인이 '대세론'을 호언할 만하다.
그러나 대세가 대통령 자격의 보증서가 돼서는 안 된다. 대세에 매몰되면 또다시 '나쁜 대통령'을 뽑게 된다.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지금 나라는 둘로 쪼개져 있다. 이런 사태의 재연을 막으려면 차기 대선의 검증은 혹독하고 무자비해야 한다. 그는 지난 주말 대구를 찾아 "자신은 이미 검증이 끝났고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임이 입증됐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 검증은 시작도 안 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회고록에서 노무현정부가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북한 주민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의 주권 행사를 적성국의 결정에 맡긴 '매국 행위'이다. 사실이냐는 물음에 문재인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질문은 안 받겠다' '기억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라는 말로 뭉갰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치를 하다 보면 맷집도 세야 한다"고도 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송민순 증언'은 잊혔다. 하지만 잊혀서는 절대 안 되는 문제다. '증언'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이라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올바른 판단이라면 집권하면 또 그렇게 할 것인지, 잘못된 판단이라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는 그가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문재인은 여기에 대답해야 한다.
문재인은 공무원 81만 명을 늘리겠다고 한다. 무슨 일자리든 만들어내는 게 장땡이라면 못 할 것도 없다. 810만 명인들 왜 늘리지 못하겠나? 하지만 공무원은 세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다. 돈을 버는 일자리가 아니라 돈을 쓰는 일자리다. 돈을 버는 일자리는 오직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민간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을 늘려본들 돈을 쓰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다. 그 귀결은 국가 파산이다.
고용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경제 성장이다. 민간의 일자리는 경제가 성장해야 만들어진다. 이는 불가역적(不可逆的)이다. 고용이 적은 성장은 있어도 성장 없는 고용은 없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 때 이런 상식을 뒤엎는 경제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성장하자"고 했다. 공무원 81만 명 증원은 이런 사이비 경제 이론에 바탕을 둔 것 같다. 그게 통한다면 국민의 4분의 1을 공무원으로 만든 그리스는 고용의 천국이 됐을 것이다. 공무원을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너무 쉽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대선주자라면 그런 것 말고 진정한 일자리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바로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다. 문재인은 여기에 대답해야 한다.
문재인은 '사드'를 놓고 여러 번 말을 바꿨다. 지난해 한반도 배치 발표 직후 '재검토'공론화'를 주장한 이래 '북핵 완전 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차기 정부로 넘기라. 다만 철회가 전제는 아니다'→'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취소하기 쉽지 않다'로 계속 바뀌었다. 자신도 자기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찬성인지 반대인지, 찬성한다면 이미 배치가 결정됐음에도 구태여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다음 정부로 넘긴다면 다시 논의해 배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인지, 반대한다면 대안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은 선택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이다. 문재인은 여기에 대답해야 한다. 이런 것 말고도 문재인이 대답해야 할 문제는 넘친다. 그러나 '탄핵 인용' 말고는 그 무엇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문재인은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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