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화장품 대한 中의 전략, '병 주고 약 주기'

입력 2017-02-14 04:55:05

한·중 합작회사 설립 증가, 사드 핑계로 수입은 불허해

중국이 자국으로의 한국 화장품 수출은 막으면서 자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늘리는 '병 주고 약 주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선호가 높다 보니 한국 기업과 '멀고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리서치 전문기관 INI R&C가 13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제출한 '2016년 기초화장품 산업 경쟁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지금껏 중국 기업은 화장품 제조보다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도'소매 유통 기업을 설립하는 데 대부분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크림, 마스크 팩 등 중국에서 히트한 한국 화장품 업체와 중국 기업이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중국 기업은 경북 경산, 충남 천안의 화장품 특화단지에 제조공장을 설립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법인 신생활그룹(회장 안봉락)이다. 신생활그룹은 경북도와 경산시가 조성하는 화장품 특화단지에 입주하고자 지난해 11월 이곳에 5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산 화장품 특화단지는 경산 지식서비스 연구개발 1지구에서 15만㎡ 규모로 조성된다. 올해 7월 착공해 2018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신생활그룹은 이곳 3만3천㎡ 규모 부지에 공장'연구동을 짓고 인력 100명을 고용하는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중국 정부의 한국 화장품 수출 견제 또한 나날이 심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이 격화하자 중국 정부는 위생 등을 문제삼아 한국산 화장품의 수입을 대거 불허했다. 오는 5월부터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수출되는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서도 통관 수출품과 같이 위생허가증을 요구하고 행우세(행정세+우편세) 50% 면세 혜택도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런 모순을 빚는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름값을 차마 놓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활그룹 관계자는 "중국 내 한류 열풍이 커지면서 현지 소비자가 중국산보다 한국산 화장품을 더 선호한다"며 "경산화장품단지에 투자해 화장품을 생산하기로 한 것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프리미엄을 얻고서 러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북남미 등 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 외에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브랜드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 및 합작사 설립을 유치해 수출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산시 관계자는 "경제 보복에서 자유로운 국내 중국 투자기업을 늘리는 것도 지역 화장품 기업의 생존을 돕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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