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여자 환자가 복통으로 내원했다. 환자는 복부 CT를 찍은 결과 췌장 꼬리 부분에 약 4㎝ 크기의 췌장암이 발견되었으며, 간에는 2개의 전이성 병변이 관찰되었다.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인검사를 받은 환자는 조직검사상 췌장암 세포가 확인되었다. 최종적으로 췌장암 4기로 확진되어 항암 치료를 시작하였다. 24차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는 CT 검사에서 항암 치료 전 CT와 비교했을 때 췌장암의 크기뿐만 아니라 간 전이의 크기도 많이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췌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 8위, 암 사망 5위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매년 5천 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8%만이 생존한다. 매일 12명에게 췌장암이 발생하고 매일 11명이 사망한다.(도표)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전체 암 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췌장암의 경우 다른 암과 달리 생존율이 지난 20년 동안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
췌장암의 치료 성적이 낮은 이유는 췌장암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고 조기 진단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80%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 4기 암 상태에서 진단이 된다. 췌장암도 다른 대부분의 암처럼 유일한 근치적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초기 췌장암의 비율을 높여야 췌장암의 전체적인 치료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이 어려운 탓에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들은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우선적인 치료 방법은 항암 치료이다.
췌장암 및 항암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현실도 췌장암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췌장암으로 진단되면 '걸리면 죽는 것, 사형선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항암 치료에 대한 선입견도 문제이다. 한번 시작하면 치료기간 동안 계속 토하고, 화장실조차 거동하지 못하며 누워 지내고, 옆에서 다른 사람이 떠주는 죽 정도만 받아먹는 상태로 겨우 연명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항암 치료처럼 객관적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근거의학 대신 대체의학이나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또한 췌장암은 암성 통증이 굉장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는 것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하다. 항암 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가 치료받지 않은 환자보다 암성 통증이 더 적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는 췌장암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암제 및 표적치료제들이 건강보험급여로 인정되고 있다. 암환자로 등록되면 환자 본인부담금이 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췌장암도 완치를 기대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췌장암은 중앙생존기간이 14개월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췌장암 환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이다. 최대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췌장암이 생기지 않았다면 제일 좋겠지만, 이미 생겼다면 막연한 선입견이나 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항암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