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일반계 고교 진학 성과 심층 분석] (2) 2017 지역 대학 의학계열 합격자

입력 2017-02-13 04:55:02

대구, 합격 총 154명…수성구서 97명 63% 휩쓸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교 최상위권 학생들의 목표는 서울대와 의학계열로 집약된다. 이러한 진학의 방향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많지만, 이들 대학과 학과의 진학 성과가 각 학교의 교육력을 평가하는 현실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매일신문 교육팀은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를 모집하는 지역 6개 대학(경북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영남대, 대구한의대, 동국대 경주캠퍼스)으로부터 2017학년도 수시(등록자 기준)와 정시(최초 합격 기준) 합격자 출신 고교 명단을 입수, 지역 일반계 고교의 진학 성과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대학 지원 배치기준표상 점수 차이가 나는 한의예과 합격자를 제외했다.

◆대구 34개교 154명, 경북은 10개교 18명

대구경북 4개 대학의 2017학년도 의예, 치의예과는 모두 313명(수시 167명, 정시 146명)을 선발했는데, 대구에서는 총 34개 고교가 154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경북은 10개 고교에서 18명이 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대학 의학계열 합격자 중에서 대구경북 고교 출신 비중은 55%로 파악됐다.

대구 합격자 배출 상위 고교는 수성구가 휩쓸었다. 경신고가 모두 28명(수시 7명, 정시 21명)으로 압도적이었고, 다음으로 ▷정화여고 11명(수시 7명, 정시 4명) ▷덕원고 10명(수시 6명, 정시 4명) ▷대륜고 10명(수시 5명, 정시 5명) ▷경일여고 9명(수시 3명, 정시 6명) ▷대구혜화여고 8명(수시 4명, 정시 4명) ▷경북고 8명(수시 6명, 정시 2명) ▷경원고 7명(수시 3명, 정시 4명) ▷대건고 6명(수시 3명, 정시 3명) ▷대구여고 6명(수시 3명, 정시 3명)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권 내에는 수성구가 7개교였고, 비수성구 지역은 자사고인 경일여고, 대건고와 달서구 일반고인 경원고가 포함됐다. 경북지역은 포항제철고가 5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나머지 9개교는 1, 2명에 그쳤다. 전체 10개교 중 칠곡군의 약목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소도시 소재의 학교들이었다.

◆수성구 고교가 전체 합격자 63% 차지

의예, 치의예 합격자 출신 고교를 구'군별로 집계하니 수성구가 전체 154명 중 97명(63%)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달서구 28명(18%), 남구 14명(9%), 북구 6명(4%), 동구 5명(3%), 달성군과 중구가 각 2명 순이었다. 서구는 이번 조사에서 1명도 없었다.

학교 설립 주체로 보면 공립이 14개교, 사립이 20개교였지만, 합격자 배출 수로는 공립 38명(25%), 사립 116명(75%)으로 사립 출신이 월등히 많았다. 자사고와 전통적인 수성구 명문 사학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정시 합격자만 21명인 경신고의 영향으로 수성구는 수시와 정시 합격자 수가 비슷한 것이 특징이었다. 대륜고와 남구 자사고인 경일여고도 정시 비중이 높아 수능에서 강점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성구 지역은 수시 합격 비율이 정시의 2.5배가 넘었다. 비수성구 고교는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자원이 많지 않은 탓에 내신을 강점으로 한 수시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훈 경신고 교감은 "지역 의대는 수시전형 대부분이 내신 비중이 높은 교과전형이어서 수성구 고교들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경신고의 경우 최상위권이 수도권 의대로 진학을 하고, 차상위권은 내신으로 1단계 전형을 하는 지역 의대는 통과가 어려워 경북대 논술(AAT)전형에 지원하여 교과역량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17학년도 경북대 의예과 수시 논술전형은 모집인원 15명 중 대구지역 합격자는 7명이었는데, 모두 자사고 출신이었다.

경북대 의예과는 정시에서 29명 선발에 대구지역 고교는 경신고 8명, 경일여고 4명을 포함 모두 20명이 합격했다.

◆의학계열 합격 관건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 통과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와 정시 합격자를 배출한 대구경북 고교의 숫자는 대구 45개교, 경북 46개교(본지 6일 자 15'16면 보도)였지만, 지역대학 의예'치의예 합격 고교는 대구 34개교, 경북 10개교에 그쳤다.

서울대와 달리 지역 의대 합격자 배출 학교가 적고, 또 몇몇 학교에 몰리는 이유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통과 여부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3개 영역 2등급을 요구하고 일반전형은 수능 최저기준조차 없다. 하지만 지역대학 의예과는 아직도 '진입 장벽'이 높다. 대부분 4개 영역 합 5등급 또는 3개 영역 합 3등급을 요구한다.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학력이 우수한 자원이 많은 학교가 의대 진학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경북대 의예과의 경우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는 대구 15개교, 경북 6개교에 그쳐 최저 학력기준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지역 고교 이과 학생들의 학력 편중이 심하고 지역별, 학교별로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 일반계 고교의 절반이 의대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경북의 경우 10%도 안 된다는 사실은 학력 격차가 진학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구 일반고의 경우 수능 전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드문 현실을 볼 때 비수성구는 내신의 강점을 이용한 교과전형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수성구 일반계 고교로는 유일하게 의학계열 합격자 상위 10위권에 든 경원고의 정의성 진학부장은 "의대 합격의 핵심은 수능 최저 통과다. 1, 2학년 때에는 다양한 교내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3학년에 올라와서는 수능 체제로 전환한다. 학생들에게 수업 외에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절대적 시간을 늘려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내신 4등급 중반대의 경신고 학생이 경북대 의예과 논술전형에서 합격한 사례가 있듯이 의학계열 진학 실적은 개별 고교의 학력 우수집단의 규모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분석은 2017학년도 대구경북 지역 대학의 의예, 치의예 정시(최종)와 수시 최초 합격자를 대상으로 했고, 자료 수집의 한계로 전국의 다른 대학 의학계열 합격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또 수시모집의 특성상 2월 말까지 발표되는 추가 합격자를 고려하면 대구경북 고교의 의학계열 합격자 수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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