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5>경주 중앙시장 가방수리 장인 송학윤 씨

입력 2017-02-11 04:55:02

"손님과 세상사 이야기하는 것이 낙이죠"

50년 넘게 가방을 만들어온 송학윤 씨의 가게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50년 넘게 가방을 만들어온 송학윤 씨의 가게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이수길 작가
이수길 작가

경주는 아름다운 자연에다 신라 천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경주 사람들은 성동시장을 '윗시장', 중앙시장을 '아랫시장'이라 부른다. 중앙시장이 성동시장보다 규모가 약간 더 크다. 2층짜리 상가 건물에 약 35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있으며 상가 주변에는 2천여 개의 노점이 둘러싸고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분 거리의 도심에 위치한 중앙시장은 상시로 장이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5일장이 특히 유명하다. 장이 서는 2, 7일에는 전국에서 약 2천여 명의 상인들이 몰려와 상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중앙시장은 1900년부터 장이 섰고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과일과 채소, 건어물, 생선 등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목을 위주로 장이 열리지만 고급 한우를 저렴하게 판매하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송학윤(63) 씨는 유서 깊은 중앙시장에서 가방을 수리하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송 씨는 7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강원도 태백, 구미 등지를 돌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서울로 올라가 가방 공장에서 기술을 배웠다. 열심히 일한 결과 5년 후에는 가방공장을 직접 경영하기에 이르렀다. 기술을 인정받아 청송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가방 제조기술을 가르치는 일도 했다. 급기야는 일본 도쿄에까지 건너가 한국의 가방 기술자로서 역량을 발휘해 돈도 벌고 명성을 떨쳤다.

5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한 후에는 경주 중앙시장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우물을 판 송 씨는 가방을 수리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과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산다. 그의 가게에는 경주는 물론 서울, 대구, 울산, 부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항상 시끌벅적하다. 송 씨는 "손님들이 가방을 잘 고쳐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가 가방수리 전문가로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 씨는 요즘에는 후계자를 자처하며 찾아온 젊은이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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