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당은 간판을 손바닥 뒤집듯이 자주 바꾸는 것도 모자라 당명조차 아예 '황당' 그 자체다. 정당 이름을 그냥 '황당'으로 짓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정당명에 형용사나 조사가 들어간 것은 얼마나 어색한 지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 때의 '열린 우리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바른 정당'이 등장했다. 뭐가 열렸고, 바르다는 얘기인가.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다른 당은 '닫힌 너거당'이나 '그른 정당'이 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또다시 간판을 바꾼다고 하는데, 새 당명으로 '보수의 힘'과 '자유한국당'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 또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정당 이름이 자양강장제 드링크도 아니고 '강원도의 힘'을 패러디 한 느낌마저 든다. '자유한국당'은 자유당과 신한국당을 합친 이름처럼 과거 회귀적 느낌을 준다. 이를 두고, 더불어 민주당 대변인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고 했다. 딱 맞는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 의원을 주축으로 창당한 '국민의 당'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는데, 그 때보다 더 못한 당명이다. 정당명에 굳이 조사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민주당'도 그리 내키지 않는 당명이다. '더불어'라는 단어가 함께 아우른다는 좋은 의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차라리 '그냥 민주당'이 더 나을 성 싶다.
대한민국 정당이 철새도래지인가. 10년도 못가서 매번 옷을 갈아입으니 말이다. 보수 여당은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에 이어 또다시 간판을 바꿔단다고 야단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새천년 민주당-열린 우리당-대통합 민주신당-통합 민주당에 이어 4번이나 변신했다. 우리 정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개혁이나 혁신, 쇄신을 부르짖으며 당명과 로고를 새로 뜯어 고치지만, 정작 정치 행태는 퇴보하고 있다. 극단적 보수와 진보로 갈려서, 서로 헐뜯으며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당명 개정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의 눈의 잠시나마 속이려는 의도 아니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위한 꼼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주성영 전 국회의원은 제1야당의 잦은 당명 개정을 두고, "입으로는 국가발전과 민생을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유'불리를 위한 이합집산에만 매달리며 민생을 팽개치는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정치 호사가들은 아예 우스꽝스러운 '올리고 당'이나 '무가당', '수치당' '당당한 당', '박수무당' 등이 어떻냐고 장난삼아 얘기한다. 아예 의석 수대로 정체성이 보수인 정당은 '보수 1당', '보수 2당', '보수 3당' 순으로 가고, 진보 쪽은 '진보 1당', '진보 2당', '진보 3당' 등으로 당명을 지으면 국민들이 최소한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정치는 세월과 시스템 속에 자리잡아야 한다. 누군가 당 대표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소속 정당명을 맘대로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한 정당은 최소 한 세대인 30년 또는 한 세기 100년은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 그래야 그 정당의 이념과 정책 연속성도 자리잡을 수 있고, 선거 때마다 국민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더불어 집권 정당에 대한 심판도 용이하다.
양당정치가 자리잡은 정치 선진국, 미국이나 영국을 한번 보자. 정당명이 수백년을 간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이들 정당이 집권을 하지 못하거나 정책에 실패했다고 당명 개정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오랜 정당의 역사는 그런 것이다. 그 나라의 유구한 정치 세월과 함께 흘러야 하며,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대에 항상 올라서야 한다. 러시아나 중국, 북한은 일당 독재국가이지만 '공산당'이 나라를 독점적으로 지배한다. 이웃 섬나라 일본도 다당제 형태의 정당정치를 하고 있지만 정당은 '자민당', '민주당', '사민당', '공산당', '공명당' 등 이념 및 정체성에 따라 나뉘어진 정당명이 수십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보수우파의 아이콘인 '자민당'은 올해로 창당 62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의 당명 개정 역사가 부끄럽기 그지 없다. 정당이 수시로 이름을 개명하며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도 아니고. 이 나라의 정당에 영화 '곡성'의 대유행어를 들려준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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