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강남 두 개의 탑'

입력 2017-02-06 04:55:01

인간은 하늘과 가까워지려는 욕망을 품어왔다. 바벨탑과 마천루(摩天樓)가 그 산물이다. 현재 하늘과 가장 가까운 건물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다. 2010년 완공된 이 빌딩은 높이 828m(163층)로, 상하이 타워(632m'128층'2014년 완공)를 여유롭게 따돌리며 7년째 세계 최고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부르즈 할리파의 영광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시에 건설 중인 제다 타워가 2020년 1위 등극을 예약해 놨기 때문이다. 제다 타워의 높이는 무려 1천7m(168층)에 이른다.

현대판 바벨탑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4천m 높이의 건물도 제시되고 있다. 기술적 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실현 가능성엔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있는데, 이 높이라면 건물 안에서 고산병마저 신경 써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가 가장 높다. 높이 555m(123층)인 이 건물은 국내 최고 자리를 오랫동안 누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뜻밖의 도전자'가 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지으려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553m(105층) 높이로 지으려던 당초 계획을 569m(105층)로 바꾸고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강남구에 제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강남 두 개의 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5㎞ 거리를 두고 우뚝 선 두 건물 합성사진이 SNS에 올랐는데, 그 모습이 영화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에 나오는 거탑(巨塔)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었다. '반지의 제왕'에는 암흑 군주 사우론과 사악한 마법사 사루만이 각각 거주하는 1.3㎞ 높이의 탑 바랏두르와 오르상크가 등장한다.

초고층 빌딩 건설 붐과 관련해서는 '마천루의 저주'라는 용어가 있다. 초고층 빌딩 건설이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는 속설이다. 마천루 건설 프로젝트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에 시중 자금이 많이 풀리는 시기에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엔 경기 과열이 정점에 이르고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이 닥친다는 가설이다.

국내 굴지의 두 재벌이 건물 높이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 그리 고와 보이지는 않는다. 제품 및 서비스 질 제고와 기술 개발에 올인하기에도 바쁜 국내외 경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남에 들어서는 두 초고층 빌딩을 두고 '두 개의 탑' 같은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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