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로 근무하던 시절, 일본 학회를 다녀온 교수에게서 들은 얘기가 퍽 인상적이었다. 당시 건강검진과 관련된 학회를 다녀온 교수는 "일본에서는 건강검진을 '닝겐도꾸'라고 부른다"고 했다. '인간'이라는 뜻의 '닝겐'과 '부두'를 뜻하는 영어 'Dock'가 합쳐진 일본식 표현이다. 먼바다를 항해하고 돌아온 배가 부두에 정박해 여러 검사와 수리를 받은 뒤 다시 항해에 나서는 것처럼 바쁜 생활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이라는 점검을 받으라는 은유가 가슴에 와 닿았다.
새해를 맞아 건강과 관련된 계획을 세운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금연, 절주부터 규칙적 운동, 체중 감량 등 다양한 계획이 있겠지만, 한 해가 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1차 예방'에는 금연, 절주, 운동, 예방접종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생활습관의 개선과 관리는 가장 효과적인 질병 예방법이자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가장 절감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검진으로 병을 미리 발견, 조기 치료함으로써 합병증이나 사망을 예방하는 '2차 예방'에 속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발견해 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금연과 금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본에 '닝겐도꾸'라는 개념이 사용된 1950년대 중반만 해도 6, 7일씩 휴가를 내고 병원에 입원해 검진을 받았다. 반면에 요즘 건강검진은 3, 4시간 만에 편리하게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으로 검사한다는 점은 늘 문제로 지적된다. 개인에 따라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꼭 필요한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던 사람이 심혈관 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지거나, 뒤늦게 치명적인 암이 발견되는 불행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생활습관, 과거력,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에 따라 의사와 상의해 맞춤 검진을 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아직 질병이 없더라도 장래에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가려내고,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미리 발견해 조치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종합건강검진은 만능도 아니고, 건강을 완벽하게 지켜주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건강검진 결과를 나쁜 생활습관의 면죄부로 삼지 않아야 한다. 특히 평소 과음이나 흡연하는 이들이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오늘 좋은 성적표를 받았으니 술 한잔해야겠다"고 말하곤 한다. 매년 비싼 돈을 들여 건강검진 받는 것보다는 술을 줄이고 담배 끊는 것이 본인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데도 말이다. 올해는 자신의 건강 성적표가 몇 점일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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