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사의 막말·폭언, 끝내야

입력 2017-02-01 04:55:02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발단은 언어폭력과 인격 모욕 등 '갑질'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됐다. 최순실 씨와 인연을 맺어왔던 고영태'노승일 씨는 최 씨의 거친 막말과 인격 모욕 등 갑질 행태에 분노하고 이를 응징하기 위해 몰래카메라와 휴대폰 녹취 등을 통해 수집된 비리와 의혹을 언론에 폭로했다. 갑의 횡포와 모욕적 인신공격에 대한 을의 분노가 도화선이 되어 급기야 국가 운영의 공정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갑질'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심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승무원에게 항공기를 되돌리게 한 '땅콩 회항 갑질', 제자에게 고문을 가하고 인분을 먹도록 강요한 대학교수의 갑질, 주차 요원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퍼부은 백화점 고객의 갑질, 끊임없는 폭언과 인신공격으로 평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부장검사의 갑질, 술집 종업원을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한 재벌가 아들의 갑질 등 주요 사건들은 피해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우리 사회는 갑질의 횡포와 폭력에 더 이상 굴복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갑의 폭력을 응징하는 선제적 조치에 많은 '을'들이 연대하고 있다. 심지어 '갑질'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척결되어야 할 사회악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향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바로 공정성(公正性)이다.

공정성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조직 또는 사회의 보상과 타인의 보상 비율이 같다고 느끼면 공정하다고 판단하고, 타인이 나의 노력에 비해 보상을 많이 받을 때 불공성정을 느끼게 되는 애덤스(J. Stacy. Adams)의 경영이론에서 출발한다. 즉 개인은 자신의 노력과 그 결과로 얻어지는 보상의 관계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보상의 결과가 자신의 노력이나 타인이 받는 보상에 비해 불공정하다고 느낄 때 사람은 분노하고 부조리를 제거하려는 노력에 나서게 마련이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시비와 학점 우대 논란은 우리 사회가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금단의 영역을 침범한 '불공정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갑질'이 비단 이뿐일까?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을 상대로 자행하는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 본사가 대리점에 저지르는 횡포, 아르바이트생에게 가하는 임금 편취와 노동 착취,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나 공공기관이 계약 이행 과정에서 행하는 갑의 독점적 지위, 인사권을 가진 상사가 아랫사람을 겁박하고 모욕하는 폭력적 업무 지시 등 '갑질'의 잔재는 허다하다. 최근 경북의 한 공공 조직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상사의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지속적인 인격 모독으로 인해 피해 직원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엄청난 고통을 받아 몸담았던 소속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피해 직원 가족들까지 그 후유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갑질 횡포는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갑질'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착취와 억압 구조이자 봉건제도의 잔재인 것이다. 우리가 이 악습을 끝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민주사회의 진입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오늘날 불쌍한 청년층을 뜻하는 '3포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공평한 보상이 보장되는 공정한 사회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우리의 아들 딸들이 더 이상 무기력한 좌절과 불의에 대한 분노에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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