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학교령 이후 이전 기록 없애…日이 설립한 것처럼 시기 모두 1906년 이후로 늦춰
구한말 일제의 농단으로 전국 상당수 초등학교의 설립 시기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설립 시기가 바뀐 학교는 현재까지 확인된 곳만 전국적으로 103개교, 대구경북은 16개교에 이른다. 이들 학교는 설립 시기가 실제보다 짧게는 2, 3년 길게는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낸 리진호 지적박물관(충북 제천) 관장은 "1895년부터 1910년 8월 한일강제병탄까지 발행된 구한말 관보와 조선총독부 관보에 의해 확인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일제가 잘라먹은 초등학교 설립 시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설립 시기가 실제와 다른 것은 1895년 2월 2일 고종의 조칙에 따라 관공립 소학교가 설립됐지만, 1906년 2월 일본이 우리나라에 통감부를 설치하고 8월 27일 '보통학교령'을 공포하면서 이전에 설립한 소학교를 보통학교령 이후 날짜로 등록하게 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설립 시기가 잘못 기록된 초등학교는 16개교. 대구에서는 대구초등학교 1개교, 경북은 안동초교와 계림초교, 상주초교 등 15개교이다. 1906년 12월 21일을 개교일로 기념하고 있는 대구초교는 실제로 1896년 1월 22일 설립됐다. 1896년 1월 24일 발행된 관보에 1월 22일 자로 대구부공립소학교와 인천부공립소학교 교원 임명 기록이 나와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렇게 되면 대구초교는 설립 시기가 10년 11개월이나 앞당겨지게 된다. 경주 계림초교는 1907년 4월 1일에서 1896년 9월 17일로 10년 6개월, 안동초교는 1909년 5월 9일에서 1896년 9월 17일로 12년 7개월이나 역사가 길어진다.
지적박물관 리진호 관장의 자료에 따르면 이 외에도 상주초교는 6년 2개월, 포항 연일초교 3년 10개월, 경산초교 5년 9개월, 예천초교 4년 2개월, 평해초교 4년 6개월, 청송초교 5년, 하양초교 2년 5개월, 진보초교 2년 9개월, 문경초교 2년 1개월, 영덕 야성초교 9개월, 포항 장기초교 1년, 김천 개령초교 1년 3개월, 울진초교늕 3년 7개월 역사가 길어진다.
조선 고종은 1895년 2월 2일 교육을 국가 중흥에 꼭 필요한 기본적 수단으로 생각하고 국민에게 교육에 힘쓸 것을 호소하는 조칙(詔勅: 임금의 명령을 일반에게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을 반포했다. 따라서 당시 설립된 관공립 소학교는 고종의 조칙에 의해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1906년 2월 일본이 우리나라에 통감부를 설치하면서 같은 해 8월 27일 '보통학교령'을 공포했다. 일제는 이전에 설립한 소학교는 보통학교령 이후 날짜로 등록하게 해 마치 일본이 학교를 설립한 것처럼 설립 시기를 바꾼 것이다. 학교 설립이 1906년 이후로 된 것도 모두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리 관장은 이에 대해 "일제가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지우는 한편 자신들이 한국 국민을 위해 학교를 설립한 것처럼 꾸민 것"이라면서 "통감부 이전 한국 교육의 역사를 말살하려는 일제의 의도적인 계략"이라고 말했다.
학교 설립시기가 왜곡돼 있음을 밝히는 자료에 대해 해당 학교나 동문회 측은 '몰랐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초교 동창회 한 관계자는 "그게 사실이라면 학교 역사가 10년은 더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른 시일 내 학교와 동창회, 교육 당국과 협의해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리 관장은 "이들 학교는 설립 100년이 넘어 대부분 '학교 100년사'를 편찬했는데, 관보 등은 확인하지 않고 기존의 학교 연혁만 참고해 서술돼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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