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기대에…자갈마당 땅값 '들썩'

입력 2017-01-31 04:55:15

대구시 정비계획 발표 이후…브로커, 지주들과 접촉, 호가 3.3㎡당 1천만원 넘어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밀집지역인 자갈마당 정비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 일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30일 중구 자갈마당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밀집지역인 자갈마당 정비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 일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30일 중구 자갈마당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밀집지역(일명 자갈마당)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대구시가 자갈마당 정비 계획(본지 1월 5일 자 1면 보도)을 발표하면서 개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다. 발 빠른 부동산 업자들은 지주들과 접촉, 민간 개발 가능성까지 타진 중이다.

도원동 3번지 일대(약 1만4천㎡)에 두 필지의 토지를 소유한 A(66) 씨는 최근 한 부동산 컨설팅업체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업체 사람이 '신문 보셨냐'고 물으며 '대구시가 정비사업에 나서면 더 이상 장사하기 힘드니 지금이 민간 개발을 추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동의서만 써주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설명했지만 기대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다수 지주들에 따르면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은 3.3㎡당 600만~800만원의 가격을 제시하며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권한다. 지주 80%의 동의가 있으면 민간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동산 컨설팅회사는 지주 동의서를 챙겨 규모 있는 시행사에 팔아넘긴 후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며 "개발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이런 브로커가 판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가 움직이는 이유는 이 일대가 대구 도심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과 마주한 '초역세권'인 데다 중심상업지구로 설정돼 있어 용적률은 1천300%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건물 높이 제한도 폐지돼 사실상 층수 제한이 없다. 부동산 업계에선 1천 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도원동 일대가 개발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시지가와 매매가 간 격차가 워낙 크고 지난 몇 년간 매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B(56) 씨는 "자갈마당이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3.3㎡당 1천만, 2천만원에 거래됐다"며 "요즘 부동산업체에서 제시하는 금액으로는 거래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인근 부동산 사무실 관계자도 "얼마 전 매물로 나온 건물의 소유주는 3.3㎡당 1천600만원을 요구했는데 700만원도 어렵다고 하니까 발걸음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중구청 관계자는 "개발 가치는 무궁무진하지만 성매매 업소라는 특이한 조건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시지가는 3.3㎡당 200만~300만원, 실거래가는 3.3㎡당 600만~800만원에 형성돼 있지만 지주들이 원하는 금액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쉽게 나서는 시행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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