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제조업·무역업…배움이 가득한 '기회의 나라'
중국은 농업, 제조업, 무역업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기회의 나라다. 특히 광저우는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중국 3대 경제 도시로 한국인 진출이 활발한 곳이다. 학창 시절부터 중국의 가능성을 보고 치열하게 해외취업을 준비, 정착에 성공한 영남이공대 출신 학생들을 현지에서 만나봤다.
◆해외생활로 어떤 외국어든 정복할 자신 생겨
영남이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최병훈(28) 씨는 중국 광저우에서 직장인으로 생활한 지 2년째다. 세계적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 생산 업체인 뉴옵틱스(New Optics)에서 일한다.
최 씨는 대학 시절 교수님으로부터 해외취업을 권유받고 본격적으로 준비에 뛰어들었다. 학기 중에는 전공 공부, 방학 때는 외국어 공부를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로봇메카트로닉스, 창의공학팀 등 동기들과 밤을 지새우며 실습했던 게 지금 회사 생활의 밑거름이 됐다.
"중국 취업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언어 능력"이라고 강조한 최 씨는 중국으로 오기 전 두 달 동안 매일 전문강사에게 회화와 문법을 배우며 중국어에 매진했다. 일상 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직무에 필요한 중국어 능력도 필수라는 것이다. 최 씨는 "중국어는 최소 HSK 5급 정도는 돼야 중국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일상 회화도 막힐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거의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늘었다. 중국으로 오기 전 드라마 등으로 공부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대학 시절 교수님의 따끔한 조언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지도 교수님이 자격증 준비에서부터 공모전 출전, 외국어 점수까지 세밀하게 조언을 해줬다"며 "취업 후에도 교수님과 안부 전화를 하며 고된 회사 생활의 노고를 이겨낸다"고 했다.
최근 최 씨는 향수병 스트레스를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루 일과가 고된 날일수록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이 크게 느껴져서다. 최 씨는 "특히 외국에서 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스트레스를 푸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중국어 공부를 통해 중국 책, 드라마 등을 이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에서 생활하며 미국, 일본 등 세계 어디에서 생활해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해외취업, 중국 회사 생활을 하며 쌓은 경험 덕분에 이제 영어, 일본어 등 어떤 언어를 접하더라도 정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가 해외취업 성공 지름길
역시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2월부터 뉴옵틱스에서 근무하는 이건호(27) 씨는 대학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해외취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학교가 마련한 해외취업 준비과정을 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배우게 됐고, 중국 취업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 외국어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중국어 실력이 궤도에 오르면서 온종일 외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중국 취업에 앞서 현지 문화에 익숙해지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학년 때는 4개월간 시안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광저우로 오기 전에는 베이징의 한 자동차부품업체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렇듯 준비가 철저했지만 직장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소통 문제였다. 어학연수에 인턴까지 마쳤고, 취업 직전에는 학교에서 집중훈련을 받았던 터라 자신감이 있었으나 현지인들이 하는 중국어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씨는 "읽기와 쓰기 실력은 공부로 향상시킬 수 있었는데 듣기 연습이 충분히 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숫자, 특히 식당 종업원이 말하는 가격을 못 알아들어 지갑에 있는 돈을 다 꺼내 보여주며 돈을 가져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의사소통에 막힘이 있을 때마다 회사에서는 동료에게, 퇴근 후에는 스스로 중국어 보충 공부를 했다. 일을 할 때 자주 쓰는 중국어는 새로 외워야 했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나니 회사에서는 물론 바깥에서 홀로 다닐 때도 두렵지 않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광저우의 무더위였다. 대구가 고향인 터라 웬만한 더위에는 익숙할 법도 했지만 광저우의 폭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5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더위 때문에 여름철 체력이 떨어지는 게 힘들었다"며 "샤워를 하고 외출해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땀범벅이 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중국에 대해 가진 편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보다 인프라가 부족해 생활에 큰 불편이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씨는 "광저우는 베이징, 상하이에 이은 3대 도시인 만큼 쇼핑, 대중교통, 문화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며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중국은 성장하고 배울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을 통해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 청년들
영남이공대 출신 최병훈, 이건호 씨가 일하는 뉴옵틱스는 경기도에 본사를 둔 한국계 기업이다. 광저우를 비롯해 멕시코 등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유닛(BLU)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한국계 기업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중국,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한국인 청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중국 중산대를 졸업하고 입사 4년 차에 접어든 한국인 배성진(30) 씨는 학창 시절 활발한 활동이 취업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배 씨는 "대학생 때 학생회장을 맡으며 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여러 행사를 기획한 경력이 입사에 도움이 됐다"며 "세계적 기업이 많은 중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낼 수 있어 인생의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 진출한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기술력은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앞으로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남선우 뉴옵틱스 광저우 법인장은 "중국의 많은 기업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인력, 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며 "저희 회사 역시 차별화된 전략과 뛰어난 인적 구성을 통해 세계 1위 기술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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