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장벽 강행에 '뺨 맞은' 멕시코 "유감…비용 안낸다"

입력 2017-01-26 16: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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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을 본격화한 가운데 멕시코가 술렁이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밤 TV 녹화 연설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미국 주재 영사들에게 자국민 권리 보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국경 장벽 추가 건설을 강행한 미국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규탄한다"면서 "국경 장벽 건설은 우리를 통합시키는 대신 분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경 장벽 건설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라는 야권의 요구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내부적으로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예정된 니에토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재고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 멕시코 고위 관리는 AP통신에 니에토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멕시코에서 트럼프의 국경 장벽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강행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말 니에토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반 멕시코 공약을 내걸었던 트럼프를 멕시코로 초청한 이후 '트럼프에 이용당했다' '트럼프의 들러리를 섰다'는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특히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일데폰소 과하르도 장관이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해 양국 간 고위급 회동을 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멕시코 현지에서는 '뺨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과하르도 장관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미국이 멕시코 수출품의 80%를 사들이고 미국 물건이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 멕시코일 만큼 양국은 밀접한 관계다.

한편 멕시코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 확대 설치를 막기 위해 기존에 마약과 불법 이민 분야에서 미국에 제공해온 긴밀한 협력을 끊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며 '패키지딜'을 시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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