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제조업체 체감 경기 업종 구분 없이 장기불황, 차세대 먹거리 IT '흐림'
대구 3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올 한 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경기 전망이 최악이다 보니 제품 주문이 줄까 걱정이다. 공장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런 불경기에 평당(3.3㎡) 500만~600만원씩 주고 공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속만 태운다고 했다. 김 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변에서 폐업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2017년, 지역 경제의 앞날이 온통 어둡다. 산업 분야에선 대구경북 전 업종이 경기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내수부진에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대구지역 고용시장도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산업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전년보다 0.3%포인트(p)나 낮춰 잡았다. 대구경북 역시 올해 혹독한 '경제 한파'가 예견된다. 산업구조 특성상 제조업 대부분이 하도급업체로 구성돼 원청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출 부진 및 주요 생산시설의 외국 이전 등으로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지역 2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업종 구분 없이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66.5%(다소 악화 50%, 매우 악화 16.5%)를 차지했다. 지역 대표산업인 섬유와 자동차부품 부문에서도 악화할 것이란 응답이 각각 78.4%와 66.7%로 나타났다. 경산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가 해외 생산용 부품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는 비중을 늘리는 추세여서 올해는 수출 역시 안갯속에 있다"고 했다.
이달 17일 대구경북연구원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내놓은 '2017년 대구경북 경제 및 산업전망'도 비슷하다. 대구의 섬유산업은 중국산 섬유제품의 기술력 향상과 대형 바이어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사드 배치 등의 여파로 전년보다 생산이 4.5% 감소할 전망이다. 기계산업은 신흥국 투자 감소 등으로 7.5% 감소가 예상된다. 대구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 부문은 미국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부진이 우려된다. 전년보다 생산은 4.6%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성차의 해외 현지 생산 확대로 수출이 0.8% 감소할 전망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IT 부문도 마찬가지다. 올해 생산이 3.7%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생산 증가율(11.8%)에 비해 턱없이 낮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박사는 "올해 지역 제조업의 생산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대구 인근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는 연 100명 넘게 뽑던 신입사원을 지난해 80명으로 축소했다. 최근 3년 새 현대차 생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면 채용 규모를 더 줄여야 할 판이다.
대구지역 고용시장은 지난 한 해 동안 '한겨울'이었다. 대구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실업률은 4.2%로 울산(4.9%), 서울(4.3%) 다음으로 높고 특히 대구의 청년실업률은 1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구의 상용근로자는 전년보다 3만 명 줄어든 55만3천 명이었다. 또 일자리 등을 찾아 타지로 떠나는 20대가 6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대구고용센터 강미영 팀장은 "고학력 청년 구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내외 불안정한 여건 속에 대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면서 올해 청년 취업난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대구 고용시장 위축을 걱정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줄면서 지역 내 1'2차 부품 제조업체들도 덩달아 주춤하고 있고 섬유업종 대다수도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대구신세계가 잠깐 대규모 채용을 하긴 했지만 서비스업종 전반의 고용 전망은 나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