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좀 해주세요" 쏟아지는 러브콜…배부른 '돼지'

입력 2017-01-24 04:55:02

'오백에 삼십' 전국서 인기행진, 서울 찍고 부산·대전·광주까지

극단 '돼지' 이홍기(가운데) 대표가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오백에 삼십'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상갑 기자

대구 극단 '돼지'(대표 이홍기)가 기획, 제작한 연극 '오백에 삼십'이 서울 대학로를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대전 등 전국 무대를 달구고 있다. 지금까지 공연한 도시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현재 공연'문화계 전반의 침체로 서울 극단들도 창작공연을 주저하는 현실에서 '돼지'의 이런 성공은 지역은 물론 전국 연극계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제목 '오백에 삼십'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말하는 것으로 '서민'의 힘겨운 살림살이를 상징한다. '오백에 삼십'은 단순한 초청 공연을 넘어 중앙무대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초청, 교류 차원이 아닌 상업적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구 연극의 서울 입성에는 이홍기 대표의 열정과 도전이 있었다. 그는 대구에서 배우, 연출, 제작자로 활동한 경험과 서울의 기획사와 같이 라이선스 공연을 추진해왔던 노하우를 쏟아부어 결실을 일궈냈다.

이 대표에게 '2015년 11월 17일'은 무척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된다. '오백에 삼십'이 대학로에 처음으로 올려진 날이기 때문이다. "론칭 직후 웃으며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을 보고 흥행을 예감했습니다. 코믹 요소가 많아 다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엔 짙은 여운이 묻어 있었습니다."

초반 매표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연극 '사활'의 임계점이라는 6개월을 넘기면서도 관객은 줄지 않았다. 자신이 붙은 이 대표는 그해 2월 대구에서도 동시 공연을 시작했다. 대구에서도 연일 80% 이상 좌석이 팔려나갔다. 4개월 공연에 1만2천여 명이 몰려들었다.

출연진의 코믹 연기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대도시에서 공연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광주와 수원에서 먼저 초청 공연 제의가 들어왔다. 무대에 한번 올리면 기본이 두세 달이었고 상당수는 연장 공연으로 이어졌다. 작년 9월 두 달 일정으로 시작한 부산 공연은 예정을 훌쩍 넘어 4개월째 롱런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서 대전, 울산에 이어 안동까지 스케줄이 잡혔다. 공연이 전국 규모로 커지면서 메이저급 반열에 오를 만큼 극단 살림도 커졌다. 서울에 기획사를 따로 두고 전국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구의 연극 제작, 기획력이 서울서 이렇게 성공을 거둔 것은 지역 연극사상 최초일 것"이라며 "흥행을 넘어 전국 상업 라이선스 시장까지 구축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한편 대구표 연극의 전국구 신화를 이룩한 극단 돼지의 '오백에 삼십'은 아트플러스씨어터 2관에서 오픈런(무기한) 상영 중이다. 053)422-7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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