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못 깨달은 경산 원효대사 체험장

입력 2017-01-23 04:55:12

경기 평택서 10년 준비 거쳐 '오도 성지 체험장' 작년 건립

경산시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원효대사 오도(悟道'깨달음) 체험장'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한 걸음 늦은데다 준비 과정도 부족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가 10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평택시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을 이미 건립했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수도사(修道寺,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일대를 역사문화 체험관광지로 꾸미는 '원효대사 오도 성지화 사업'을 2006년부터 시작했다. 수도사는 원효대사가 불법(佛法)을 구하기 위해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토굴에서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득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평택시는 ▷원효학회 및 전문가들의 자문과 용역 ▷오도 성지 토굴체험관 착공 ▷토굴체험관 브랜드 네이밍 공모 ▷체험관 운영관리 조례안 입법 예고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체험관을 완공했다. 30여억원을 들인 체험관은 다양한 영상자료가 있는 첨단전시실, 토굴 체험실, 오도 명상체험실 등을 갖춰 수도사 템플스테이와 연계'운영하게 된다.

원효의 탄생지인 경산시는 뒤늦게 올해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2억원과 내년 8억원 등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남산면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원효대사 오도 체험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올해엔 전문가에 자문해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고, 내년엔 시설 공사와 콘텐츠 개발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평택시가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을 선점한 상황에서 경산시가 뒷북을 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산문화지킴이회 김약수 회장은 "경산시가 충분한 준비과정도 없이 '원효대사 오도 체험장' 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 및 향토사가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꾸려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친 뒤 평택시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안주현 경산시의원은 "지자체마다 지역 마케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어떤 사업이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차별화'특성화도 필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 관계자는 "삼성현역사문화관의 축적된 자료와 콘텐츠를 활용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경산시만의 특화된 '원효대사 오도 체험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들마다 역사적 인물을 선점'재조명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홍길동 출신지를 둘러싸고 지자체끼리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다. 전남 장성군은 홍길동의 모델이 된 인물이 장성군 사람이라는 점을, 강원 강릉시는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이 강릉 출신임을 내세웠다. 다툼에서 이긴 장성군은 홍길동 캐릭터 사업으로 소득은 물론 지자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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