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펴낸 선재 스님

입력 2017-01-21 04:55:02

"사찰음식에는 음식의 맛·기쁨의 맛·氣의 맛 담겨있죠"

▷지은이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 경기도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했다. 여러 선방에서 정진했으며,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
▷지은이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 명장.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 경기도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했다. 여러 선방에서 정진했으며,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 '사찰음식문화연구'를 발표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위법망구(爲法忘軀'바른 길을 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음) 정신으로 사찰음식을 전하는 한편, 사찰음식의 철학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선재 스님이 사찰음식 요리법을 강의하고 있다.
선재 스님이 사찰음식 요리법을 강의하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선재 스님 지음/불광 출판사 펴냄

산중 스님들은 어떤 음식을 먹기에 얼굴이 그처럼 맑을까. 맑은 얼굴이 꼭 음식에서만 비롯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먹고 마시는 것만큼 사람의 몸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없다. 선재 스님은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사찰음식 열풍을 일으킨 사람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우리 몸이다

맛있는 음식, 몸에 좋다는 음식이 넘치고, 요리사들도 많다. 그런데 왜, 몸과 마음이 아프다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는 것일까. 이 책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는 사찰음식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지은이 선재 스님은 음식을 말하기 전에 '몸'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몸은 무엇인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수행자들은 육체를 모든 번뇌의 원인으로 보았다. 번뇌를 끊기 위해 육신을 극한의 고행으로 밀어붙이고 거기서 정신적 안락을 구하고자 했다. 부처님도 단식을 비롯해 고행 수행을 했다. 그러나 깨달음은커녕 처참하고 피폐해진 육체만 남았다.

부처님은 몸을 혹사하는 고행이 깨달음에 이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님을 알고 그만두었다. 따듯한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후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 비로소 깊은 명상에 들어갔고 깨달음에 이르렀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맑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음식이 필요할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먹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많다. 선재 스님은 음식 요리법을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만 그것이 '음식을 많이 만들어 많이 먹어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정말 먹어야 할 음식이 무엇인지 알도록 이끈다.

사찰음식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음식, 제철 음식이다. 그러니 조미를 통해 맛을 많이 낸 음식보다는 음식 그 자체의 맛과 기운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사찰음식에서는 3가지 맛을 얻을 수 있다. 음식 에너지가 주는 맛, 기쁨의 맛, 기(氣)의 맛이다. 음식의 맛은 식품 그 자체의 맛이고, 기쁨의 맛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맛이다. 기의 맛은 수행으로 얻어지는 맛이다. 보통 사람들이 종교인들처럼 종일 수행할 수는 없다. 면벽수행만이 수행은 아니다. 일반인이라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바른 마음을 갖고 바르게 생활하는 것이 곧 수행일 것이다.

◇사계절 사찰음식 51가지 수록

사찰음식의 핵심은 '자연에서 거둔 제철 음식'이라는 점이다. 제철 음식은 때에 맞는 음식이다. 때를 알고, 때에 맞게 먹고, 때를 따른다는 것은 자연의 운율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철 음식이란 무엇일까. 우선 봄여름가을겨울, 자연의 리듬에 맞춰 제철에 거둔 재료로 조리한 음식이다. 두 번째는 가까운 곳에서 거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같이 호흡하고 같은 물을 마시고 햇볕을 쬔 곡식들이 내 몸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말이다. 세 번째,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음식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책은 선재 스님이 30년 넘게 '음식 수행자'로 살면서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다.

총 3장으로, 1장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 2장 '사찰음식, 삶을 깨우고 돌보다', 3장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한국인이 사계절 꼭 먹어야 하는 사찰음식 51가지'를 계절별로 소개하고, 레시피도 담았다.

스님이 추천하는 제철음식으로 봄에는 쑥, 고수, 냉이, 머위, 원추리가 있고, 여름에는 상추, 감자, 콩, 애호박, 보리가 있다. 가을에는 우엉, 늙은호박, 은행, 연, 배추, 산초와 제피, 겨울에는 표고버섯, 두부와 콩나물, 무, 미역과 다시마, 팥이 있다. 산과 들, 바다까지 아우르는 음식이다.

▶ 책 속으로

사찰음식의 근본은 마음속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식(禪食)이다. 단지 고기를 절대 먹지 말라는 경계와 금지의 가르침이 아니다. 음식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되 삶을 온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이 오늘 이 자리에 오신다면, 우리에게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통한 균형 잡힌 소식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두 번 먹을 거 한 번으로 그 양을 줄이고, 한 번을 먹더라도 생명과 환경을 고려한 음식을 먹는 것.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생각이 더 중요하다.(190쪽)

우리 몸은 흙 물 불 바람,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필요한 음식과 영양은 모두 자연에 있다. 흙과 물, 불과,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땅의 흙에서 자란 곡식, 땅속의 뿌리, 동서남북 바람을 맞으며 자란 열매, 물속의 풀, 더 깊은 바다 속의 해초…, 땅과 하늘, 바다의 광활한 생명을 우리 몸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193쪽)

부처님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한다'고 하셨다. 처음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잘 살피라는 말이다. 너무 지나친 요구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음식은 약이다'고 말씀하셨다. 약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 자칫 약을 잘못 쓰면 몸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194쪽)

나를 위한 요리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궁리를 해보라. 요리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대충 생각 없이 먹는 음식들이 우리의 많은 것들, 건강과 삶의 즐거움, 작은 기쁨들을 앗아가고 있다.(224쪽)

36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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