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러貨 강해' 발언은 세계시장 겨냥한 두 번째 화살"

입력 2017-01-18 19:18:34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멕시코 진출 기업 비판에 이어 시장을 겨냥한 트럼프의 "두 번째 화살"이며 세 번째 타깃은 개별 국가를 염두에 둔 양자무역협상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8일 지적했다.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고 있으며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월스트리트저널(WST) 인터뷰 발언이 17일(현지시간) 전해지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즉시 요동쳤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18일 오전 6시 57분 전날보다 0.9% 추락한 100.26까지 떨어지며 100선을 간신히 지켰다.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8일 오전 달러당 112엔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작년 12월의 달러당 118엔대 후반에서 5% 이상 오른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12.0원이나 내린 1,162.5원으로 개장한 뒤 1,165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17일 오후 8시 29분 달러당 6.7915위안까지 내려 이달 6일 이후 가장 낮았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 위안화를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시장은 '모든 통화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앤서니 스카라무치 트럼프 차기 행정부 상급 고문의 발언도 달러화 약세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현지에서 17일 열린 패널 토론에서 "(달러 강세) 추세가 계속되면 어느 시점에서 달러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달러 강세 흐름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가 달러화 약세 유도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더 이상 '유일 초강대국'은 아닐지라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트위터로 발신되는 트럼프의 한마디, 측근의 발언 한마디에 세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럼프의 구두 개입과 트위터를 이용한 '손가락 개입'은 새로운 게 아니다. 대선 기간에도 '미국의 고용을 지킨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멕시코에 대형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을 거듭해 왔다. 기업을 겨냥한 이런 압박이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 재건을 위한 '첫 번째 화살'이다. 그는 공조기기 메이커인 캐리어와 자동차 메이커 포드 등 미국 기업은 물론 도요타자동차와 BMW 등 외국 기업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트럼프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재정지출'과 '법인세 경감' '규제 완화'라는 트럼프의 '3점 세트' 수혜를 기대해서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일본 등 외국 기업에도 결국 혜택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기업과 시장의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그동안의 흐름을 한꺼번에 바꿔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화살'은 뭘까. 기업 비판, 환율 비판에 이어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건 치열한 양국 간 무역협상일지 모른다.

트럼프는 작년 11월 하순,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다른 참가국에) 통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일과 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공평한 2국 간 무역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개별 국가가 따로따로 '트럼프의 미국'과 1대 1로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는 때로는 위협하고 때로는 칭찬하는 능수능란한 협상가와 맞서야 할 상대가 기업에서 시장을 거쳐 마침내 국가가 되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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