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이렇게 무서운 줄 미처 몰랐습니다." 대학생 김모(23) 씨는 몇 달 전 대부업체 2곳에서 2천만원을 빌렸다. 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대출받은 돈이 다 떨어진 지난달부터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됐다. 이자 납부일을 하루 넘기기 무섭게 대부업체에서 이자 독촉이 시작된 것이다. 심한 독촉 탓에 휴대폰을 갖고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하루하루 지쳐 힘겹게 살아가던 중 지인을 통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알게 됐고 상담을 받았다. 그 결과 원금 50% 탕감과 대학 졸업 때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간신히 빚 독촉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미공단에서 영세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김모(49) 씨는 주문량 감소로 회사 경영이 어렵자 지난해 초 구미공단과 인접한 구미 인동동에 음식점을 창업했다. 3천만원을 대출받아 시작한 식당이었지만 장사가 제대로 안 돼 채무만 늘어나는 결과를 빚었다. 여기에다 회사의 긴급운영자금 1천만원을 카드 대출로 충당하면서 빚은 날로 늘어나 연체에 이르렀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걸려오는 빚 독촉 전화와 유체동산(가전제품 등 가재도구와 집기)압류 등에 시달리며 밤잠을 설쳤다.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신용회복위원회 구미지부를 찾아 개인워크아웃을 신청, 이자 전액을 감면받았다. 또 원금 일부도 감면받아 채무액을 4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줄였고, 이를 8년에 걸쳐 월 31만원씩 분할 상환하도록 채무조정을 받았다. 그는 현재 금융채무 불이행자라는 딱지를 떼고 장사에 전념하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대구경북민들이 늘고 있다. 17일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대구지역 채무자들이 1만 명을 돌파했다. 전년 방문 인원 9천668명에 비해 855명(8.8%)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절반가량이 신용회복지원 제도(개인워크아웃, 프리워크아웃)를 신청했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신용회복 상담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20대 젊은 층의 발길이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대학생 햇살론 보증지원 등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단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감면, 장기분할 상환, 이자율 조정 등의 채무조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연체기간이 90일 이상인 채무자를 지원하는 '개인워크아웃' 프로그램과 연체기간 31일 이상 90일 미만인 채무자를 지원하는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있다. 또 대학생, 청년의 햇살론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필요한 생활자금, 학자금과 생계비 충당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아 상환 중인 경우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보증지원을 하고 있다.
출장 상담도 실시 중이다. 매주 화요일엔 경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 수요일에는 대구강북고용복지플러스센터, 금요일엔 대구서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구미 송정동 KB손해보험 빌딩 내 신용회복위원회 구미지부에는 문을 연 후 8개월 만에 1천779명이 채무 애로 상담을 했다. 이는 2015년 출장 상담 때 1천21명과 비교해 758명, 74.2%나 늘어난 것이다. 이 중 989명이 개인 또는 프리워크아웃을 신청, 개인신용 회복 중에 있다. 특히 소득에 비해 채무가 과중한 16명에 대해선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 접수를 무료로 지원했고, 채무조정 성실 이행자 99명에겐 2억4천700만원의 생활긴급자금을 지원했다. 대학생'청년 햇살론 보증지원제도를 통해서도 94명에게 3억400만원을 보증했다.
정재성 신용회복위원회 구미지부장은 "경기 부진 장기화로 신용회복위원회 상담 창구가 늘 붐비고 있다. 이곳을 찾으면 누구든지 무료로 채무 애로 종합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