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서용선展…전쟁의 참상에 생각 머물다

입력 2017-01-18 04:55:02

'베를린 성당' 아크릴 대작 앞, 거칠게 나무로 조각된 군상들…70년대 이후 서울 모습과 닮아

서용선 작가의
서용선 작가의 '생각이 그려지는'전 모습

봉산문화회관이 기획한 기억공작소의 올해 첫 번째 초대작가는 신화, 역사, 도시, 자화상, 풍경 등 다양한 주제에 천착하며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를 하고 있는 서용선 작가다. 서울대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서 작가는 거침없는 선과 강렬한 색채로 회화를 비롯해 설치, 공공미술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각이 그려지는'이란 제목의 전시실 입구에는 서 작가의 작업실 장면과 인터뷰 동영상을 담은 작은 모니터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면 벽에 5×4m 크기의 천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회화 대작이 전시돼 있다. 바닥에는 통나무를 조각한 인물 두상 10여 점이 줄지어 있다. 대작은 파란색 구름이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수직과 수평의 굵고 거친 선을 교차시켜 구조화한 기하학적 형태의 '베를린 성당'이란 작품이다. 베를린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거의 다 붕괴되었다가 다시 복원한 역사적 도시 공간이다. 서 작가는 몇 차례 베를린에 체류하면서 6'25전쟁 이후 서울의 정치 상황과 역사성을 환기시키는 도시공간의 힘을 눈으로 확인했다. 베를린 도시공간에서 마주한 일상은 작가가 체험한 1970년대 이후 급속히 도시화한 서울의 그것과 비교되고 그러한 비교들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다. '베를린 성당'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다.

베를린 성당 작품 앞바닥에는 20×30×70㎝ 정도 크기의 나무 조각 '머리'들이 가로 3줄, 세로 4줄로 놓여 있다. 전기톱으로 거칠게 조각하고 먹 선으로 표시를 한 '머리'는 나무의 자연성을 그대로 살려 조각했다.

나무 '머리'의 왼편에는 60.5×72.5㎝ 크기의 자화상 '그려지는 손'이 걸려 있다. 노랑 바탕을 배경으로 짙은 푸른색의 옷을 입은 작가의 모습은 오른쪽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눈동자와 붉은색 얼굴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반대편 벽면에는 전시실에 설치된 설정에서처럼 작가의 생각이 그려진 100여 점의 대표작이 영상 이미지로 나타난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서 작가에게 있어 '그림'은 '생각'이 머문 것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 그 자체"라면서 "그에게 '생각'은 순간순간 깨닫는 '감수성'과 다르지 않으며, 그의 그림은 세계 구조와의 만남이라는 작용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그려지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4월 9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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