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정경 유착 관행과의 결별 계기돼야

입력 2017-01-17 04:55:05

특검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리는 이를 지켜보면서 현재에 대한 불안함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된다. 글로벌기업의 총수가 왜 이런 지경에 빠졌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삼성의 경영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그간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적지 않았고, 삼성의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법의 형평성과 최순실 국정 농단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 같은 재벌 총수라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이규철 특검보는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주 상식적인 얘기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법과 원칙'보다는 재벌 입장을 옹호하는 분위기였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은 '국내 경제 상황' '대외신인도 추락' 등을 앞세워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거나 사면을 받곤 했다. 재벌이 '특권계급'처럼 인식되면서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삼성그룹만 해도 구시대적 경영 관행과 결별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냥 흘려 보냈다. 삼성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부터 2005년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사건 때까지 큰 사건마다 연관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 때에는 이건희 회장이 기소되면서 큰 홍역을 치렀는데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삼성은 다른 재벌과는 달리, 최순실 모녀를 직접적으로 지원했음이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부회장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 수뇌부가 아직도 정권과 주고받는 정경 유착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외형은 글로벌기업이지만, 경영 관행은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이 부회장의 유무죄는 법원에서 판단하겠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뤄야 할 때다. 이 부회장의 사법 처리를 계기로 정경 유착이라는 구시대적 유산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