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평화의 소녀상'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소녀상 철거 요구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출연금 10억엔 갹출이다. 후안무치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종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의 조직적 관여 아래 다수 조선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깊게 훼손한 반인륜적 범죄다. 일본은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천박한 역사 윤리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NHK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10억엔을 갹출했으니 한국 정부는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정권 아래에서 실행하는 것이 국가의 신용 문제라고도 언급했다. 외교적 수사로 에둘러 말했지만 "돈을 줬으니 딴소리 말고 우리 요구를 이행하라"는 말로 들린다.
일본이 위안부 협정을 돈 문제로 끌고 가는 데에는 우리 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감이 없지 않다. 10억엔 출연 요구를 우리 정부가 먼저 했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출연금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었다. 돈이 나와야만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 된다"고 해명했다.
우리 돈 103억원을 받고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나라의 자존심을 바꾼 것은 우리 외교의 흑역사로 기록될 만하다. 위안부 협정의 이면 합의로 소녀상 철거가 포함돼 있기에 일본이 저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에 야당은 강한 대응 자세를 주문하고 나섰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소녀상 철거가 일본의 요구라면 10억엔을 돌려주자"며 가세했다.
민간 차원에서 전개되는 소녀상 설치를 놓고 일본이 한국을 궁지로 몰고 가는 것은 우방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한 번 맺은 국가 간 협정을 파기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소녀상 설치와 합의금 10억엔 출연은 별개의 문제이기에 재검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일본이 소녀상 철거를 자꾸 요구한다면 10억엔은 돌려주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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