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칼럼] 일곱 번의 질문

입력 2017-01-14 04:55:01

사람들이 이룩할 수 있는 모든 선(善) 가운데 최고의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모든 사람들이 일치했다. 보통 사람이나 뛰어난 사람들도 다 같이 이구동성으로 '행복'이라고 대답한다.

새해가 되었다. 두 손을 모으고 서로 눈을 마주 보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하며 덕담을 나눴다.

삶의 가장 내밀한 본연의 모습이 있다. 거짓 없는 본연의 욕구에 소망이 들어 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복을 비는 마음에 우리의 내밀한 진실이 숨어 있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도, 조용할 때도 복을 빌고 기도하는 마음에선 전쟁 중에도 변함이 없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동화사 스님들은 지난해 연말 천주교대구대교구청을 방문했다. 조환길 대주교님께서 자비로운 미소로 우리 일행을 파안미소로 맞이했다. 대교구는 1천 년이 넘은 성지이며 성모당과 성 김대건 기념관이 있는 대구 가톨릭의 심장이다. 교구청 입구 좌우에 남국의 푸른 백향목이 지키고 있었다. 이 나무는 히말라야시다이다. 우리말로 개잎갈나무라 부르며 교구청을 지키고 있다. 동대구 가도에도 줄지어 서 있어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쳤다.

아름다운 인연에는 향기와 진동이 남는다. 운문산의 처진 소나무와 불일암의 후박나무는 언제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얀마의 강을 건너가는 티크목 긴 다리는 마하간디옹 승가대학의 1천 명 수행자를 위한 우베인 명품 목교이기도 하다.

우전왕이 가사 500벌을 부처님께 공양했다. 그러자 부처님의 시자인 아난존자가 먼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가지고 가려고 하는데 우전왕이 다시 물었다. 아난존자님, 그대는 부처님 제자로서 청정한 생활을 하는 욕심 없는 수행자인데 500벌이나 되는 가사를 다 받아서 어디에 쓰려고 하십니까? 질문을 받은 아나존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이것은 내가 다 입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수천 수백의 부처님 제자 중에는 떨어지고 해진 가사를 입은 그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입고 있던 떨어진 가사는 어떻게 합니까? 그것은 잘 빨아서 떨어진 이불 대신으로 씁니다. 존자여, 그러면 떨어진 이불은 어떻게 합니까? 베개 집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그러면 사용하던 베개 집은 어떻게 합니까? 깔고 앉는 방석을 만들어 씁니다. 그러면 버려진 방석은 어떻게 합니까? 발을 닦는 발수건으로 씁니다. 그러면 못 쓰게 된 수건은 어떻게 사용합니까? 마루와 방을 닦는 걸레로 사용합니다. 그러면 떨어진 걸레는 어떻게 합니까? 예, 잘게 썰어서 진흙과 섞어 벽을 바를 때 사용합니다.

복은 어떻게 짓고 복은 어떻게 오는가? 지은 복은 이웃과 함께하고 자연에 환원되고 회향 되어야 하는 것이다.

큰 절을 짓고 새 옷을 꺼내 입을 때마다 시주의 은혜를 무섭게 생각하는 것이다. 맑은 청복은 수행자의 덕목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우리가 각성해야 하는 것은 경제 때문에 밀려난 인간의 존재이다. 그것 때문에 밀려난 인간의 존재이다. 그것 때문에 인간의 윤리적 규범이 사라지고 있다. 대량 소비의 무차별한 산업구조 속에서 무리들의 고귀한 전통과 덕성까지도 버려지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은 가난의 미덕을 배우고 익힐 때이다. 주어진 가난은 극복되어야 하고 선택한 맑은 가난과 절제된 청빈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과거가 나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과거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결핍 때문에 따뜻한 가슴을 열지 못하고 기회마저 포기하는 것은 악덕이다.

이 세상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풍요로운 것이지만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그래서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고 한다.

위대한 용수보살이 도둑맞은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그대가 항상 만족해 있다면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도둑맞는다고 할지라도 그대는 스스로 부자로 여기리라.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르면 그대는 돈과 재산의 노예일 뿐이다." 번쩍거리고 잘사는 것,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고 작은 것과 적은 것에 행복이 없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만족은 없을 것이다.

"묵은해니 새해니 논하지 말게, 겨울 가고 봄이 와서 해 바뀐 듯하지만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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