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갑질'에 뿔난 사과 과수農

입력 2017-01-13 04: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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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구간 사과나무 무단 벌목, 주민들 진정서 제출에 수사 착수

"대낮에 어찌 이런 일이 있습니까? 수십 년간 자식처럼 돌본 사과나무를 하루아침에 모두 베어 버리다니…." 주인 동의도 없이 철도 공사구간 내 사과나무 수천 그루를 잘라낸(본지 2016년 12월 27일 자 15면 보도) SK건설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농민들이 진정서를 제출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풍기읍 백신리 김모(63) 씨 등은 진정서를 통해 "토지는 수용재결(공공사업을 위해 강제로 토지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토지수용위원회 결정을 거침)됐고, 지상의 사과나무는 이전 보상이 결정됐다. 하지만 사과나무 주인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주인 동의는커녕 적법 절차도 없이 SK건설과 철도시설공단이 수천 그루의 사과나무를 베어 버렸다. 사과나무를 옮기려면 관련 법에 따라 영주시에 대집행을 신청하는 등 정당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데, 아예 나무를 베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한 진정인은 "이전보상비만 줘놓고 아직 남의 소유인 사과나무를 함부로 벤 것은 절도나 다름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건의 발단은 중앙선 2공구(단양읍 도담리~풍기읍 금계리) 복선전철화 사업 시공사인 SK건설과 철도시설공단이 과수원 주인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1~5시 풍기읍 백신1리 인근 과수원에 인부들을 동원해 7, 8년생과 20~25년생 사과나무 수천 그루를 베어내면서 불거졌다.

SK건설 측은 "사전에 구두로 주민 동의를 얻어 집행했다. 동의 녹취록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진정서를 제출한 농민 6명 중 한 명이 SK건설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임의로 녹취한 것이 전부였다. 사실상 농민들이 사과나무를 베어내도 좋다는 데 동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취득보상가(사과나무를 사들이는 비용)보다 이전보상비(사과나무를 옮기는 비용)가 높아서 사실상 취득으로 볼 수 있다. 구두로 협의가 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생각한 것일 뿐 나무를 베어도 좋다고 협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는 "이전보상을 했는데도 농민들이 이전을 미룬다면, 다른 곳으로 사과나무를 옮겨놓고 농민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함부로 베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주민들의 진정서가 접수돼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라며 "다음 주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 및 SK건설 관계자, 진정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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