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낯섦과 익숙하기

입력 2017-01-13 04:55:01

'여권의 사분오열로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이 복잡해지자 이 같은 분위기는 행사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경북고 선후배인 김부겸(56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승민(57회) 바른정당 의원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인 반면 동기인 유 의원과 정종섭(57회) 새누리당 의원은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민주당에서 최근 무소속으로 전향한 서영교 의원은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환담을 나눴다'''.'

본사는 해마다 서울에서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를 갖는다. 지난 10일의 올해 행사에 대한 본지 보도다. 어느 해보다 참석 정치인 분포는 여럿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한 배였던 유승민 의원 등 여러 정치인들이 배를 바꿔 탔다.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소속도 대구 무소속 홍의락 의원까지 따지면 4색(色)이다. 나부끼는 당의 깃발 색이 다양해졌다. 행사장 분위기도 익숙했던 옛날과 달리 낯선 모습이었을 터이다. 수십 년 한 색깔의 당기만이 펄럭이던 시절에 비해 격세지감이다.

같은 날 바른정당은 대구에서 발기인 대회를 가져 적어도 대구에서 겉과 숫자 싸움에서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한 축인 보수진영과 민주당과 무소속이 또 다른 축인 진보진영의 좋은 경쟁 구도는 갖춰진 셈이다. 게다가 두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인 두 의원의 각축 역시 무풍지대로 활력 잃은 대구 정치 기상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유권자로서는 더없이 좋은 관전거리다. 그리고 낯선 정치 지형에 익숙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지난 2012~2015년 서울지사장을 지냈던 필자는 대구경북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색깔 정치 지도로 다른 언론사는 물론 다른 지역 출신 인사들로부터 숱한 애환을 겪었다. 특히 대구경북의 출향인조차 '우리 고향이 어쩌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할 때는 답답할 뿐이었다. 그때마다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다졌던 때를 돌이키면 이번 행사장의 낯선 장면은 반갑기만 하다. 필자에게 따진 그들과 고향을 아끼는 출향인의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이제 대구는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선의의 4색 당쟁(黨爭)으로 대구 발전을 견인하도록 모이고 흩어지며 제대로 활동하는 당색에는 기꺼이 박수하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대구는 광복 이후 치열한 이념 갈등 속에서도 좌우가 손잡고 여러 일을 해낸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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