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손편지는? 무죄!…"통신매체 아니라 처벌 불가"

입력 2017-01-13 04:55:01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대법 1·2심 징역형 뒤집어

'휴대전화 음란 문자는 유죄, 음란 손 편지는 무죄?'

경북 한 중소도시에서 일용 노동자로 원룸 2층에 세를 얻어 생활하던 A(47) 씨. 언제부턴가 바로 옆집에 사는 B(48'여) 씨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의 마음을 전할 방법을 찾던 A씨는 직접 쓴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편지는 여성을 배려한 사랑의 글이 아니라 거칠고 음란한 한두 문장의 메모 형태에 불과했다.

A씨는 퇴근 후 남몰래 B씨 원룸 출입문에 메모를 끼워 넣었다. 상대가 아무런 답장이 없자 이틀 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적어 또다시 출입문에 꽂아뒀다. 짧은 문장에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암시하는 그림까지 더해졌다. A씨는 이런 식으로 2013년 11월 26일부터 약 20일 동안 6차례나 B씨에게 메모를 보냈다.

성적 수치심을 참을 수 없었던 B씨는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의 통신 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 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A씨는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비슷한 범죄로 2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게 형량을 높였다. 1심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한 A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똑같은 법 조항에 근거해 징역 6개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은 A씨가 전화'우편'컴퓨터 등 통신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쓰고 그렸다는 이유로, 기소된 죄명으로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3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결국 대구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상균)는 지난 11일 해당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통신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에게 말, 글,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해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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